천국 가면 함께 살 수 있을까?

몇일 전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궜던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고 뭐라도 하나 써야겠다 싶어서 자판 두들겨 지는대로 그냥 지껄여본다. 이 내용이 정확히 내 머릿 속에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리고 이 글을 그다지 성경적이지도 않다. 그냥 이해하고 보길 바란다. 사진을 첨부하면서 올라온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만 믿으면 닥치고 천국 간다는 말이 맞다면, 이분들과 함께 사후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는 결론.

이 시대에 기독교인들의 천국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그림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무엇보다 그 이유가 소위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사람때문이라는 말이 되겠다. 여기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교리는 부차적인 것이다. 이 사진이 보는 우리에게 부대끼는 이유는 더이상 우리가 ‘그들’과 함께 그것도 ‘영원히’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난 누구와 살고 싶은가? 그냥 지옥은 없고 천국만 만들어 놓고 다 집어넣으면 되나? 아니면 이 복잡다단한 세상을 날카롭게 둘로 나눠서 착한 놈만 천국에 넣고 나쁜 놈은 지옥에 넣어놓고 영원한 상과 벌을 받게 할 것인가? 어떤 나라라면 살고 싶을까? 어떤 나라라면 함께 살고 싶은 나라가 될까? 

내가 보기엔 그 어떤 조건이어도 모든 사람에게 살고 싶은 나라가 되기는 힘들다. 내가 받은 보상을 자격 안되는 것 같은 사람이 같이 받는다는 것은 참 부적절해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을 가지고 쫌 산다는 사람들이 보기엔 찌질이 루저 같고 혹은 불량스러운 저급 인생들과 나를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하나님이 부당해 보일 것이고 소외되고 못 사는 사람들이 보기엔 탐욕스럽고 뒤 구리고 누릴 거 다 누린 부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게 하는 하나님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어떤 누구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내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타인과 영원히 함께 사는 것, 나는 누구와 함께 살고 싶은가? 


이 물음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소위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며 정의로운 하나님의 나라를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어떤 한쪽을 나쁜놈 취급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복음 밖으로 밀어낸 [그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가?]는 얘기가 다르다. 현실에서건 내세에서건 이 물음은 동일하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가 어떤지, 저 사람들이 어떤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지가 아닐까? 솔직히 난 아직 내 아버지와도 함께 살 준비가 안되어 있다. 게다가 영원히라면 과연 나는 누구와 함께 살 수 있나?

오늘날처럼 함께 살기 힘든 사회가 또 있을까? 매사에 서로 나뉘어져서 서로 물고 뜯고, 서로 믿지 못해서 끊임없이 음모론이 유행하고 또 그 음모가 사실로 밝혀지는 사회… 과연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난 누구와 살 수 있을까? 그 나라는 이 땅보다 나을까? 

내가 믿는 천국은 변화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든 내세이든, 내 속에서 일어나든 나의 삶을 뚫고 들어오든 나의 세계 가운데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이 오고 그 속에서 나는 다른 관계성 속으로 들어간다. 그것을 나는 새 삶이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이런 내 말이 정의의 문제를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들이 말하는 정의라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 난 정의란 하나님만이 아시는 것이고 우리의 눈에는 늘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어떤 일에 분노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의인지는 모르겠다. 이명박을 나쁜 놈이라고 말하지만 4대강 사업이 신의 심판을 받아야할 죄인지는 모르겠다. 반대편에서는 복음을 왜곡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난 당신들이 말하는 복음을 왜곡하고 있다. 당신들이 말하는 복음은 나에게 별로 복되지 않다. 

오늘날 기독교가 말하는 천국은 더이상 가나안 땅이 아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나에게 유대인을 도와주는 사마리아인의 그림이 부대낌이 되지 않으려면, 1시간 일한 품꾼에게 9시간 일한 나와 동일한 급여를 주는 포도원 주인의 땅에서 살기 위해서 난 무엇을 해야할까? 물론 나도 자격이 되서 하는 말은 아니다… 노력할 뿐이지.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이와 함께 살 수 있는 그릇이 되기 위해서…

2 Comments

  1. “정의란 하나님만이 아는 것이다”……종교인, 특히 유일신교인들한테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가장 씁쓸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 정의 뿐이겠습니까? 우주를, 사람을, 사랑을…..그 모든 것들을 “하나님만이 아는 것”이라면 도대체 왜 하나님을 찾고 믿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안갑니다. 꼭 교인들이 전도하고나 신을 증명하거나 변증할 때 무지 또는 신비에 호소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꼬치꼬치 따지고 들면 결국 그들 입에서도 “모른다”는 말로 끝맺더군요. 모르는걸 정직하게 그냥 모른다고 하면 두려우니까 “하나님을 아는데, 그 분 뜻은 모른다”로 대체한 것에 불과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下石上臺(아랫돌 빼서 위에 쌓는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1. 촌철살인 같은 댓글 감사합니다. 잠결에 논리 없이 쓴 글을 정성스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 명확히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님은 아는데 그 뜻은 모르겠다.”라기 보다는 “하나님을 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헛소리 아니냐?”라는 의미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것이 진보든 보수든 자기가 하나님의 뜻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입니다. 뭐 특별히 의미가 있어서 쓴 글은 아니지만 일단 의도한 내용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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