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끄 상페 전시회

“Mes personnages ne sont pas minuscules, c’est le monde qui est grand.”
제 인물들이 작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너무 큰 것입니다. (장자끄 상페)


여자친구를 통해서 알게 된 장자끄 상페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정발산역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생일 선물로 여자친구에게 사줬던 ‘각별한 마음’의 표지 사진이 커다랗게 벽을 채우고 있었다. 멋모르고 사준 책이었는데 이렇게 전시회 메인으로 걸려 있으니 뭔가 칭찬받는 기분이다. 건너편에 있는 롯데 백화점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전시회장으로 들어갔다.

전시회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국내에 그나마 잘 알려진 꼬마 니콜라에 관한 내용을 홍보에 많이 이용했지만 역시나 전시회의 내용은 상페의 여러 작품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오히려 니콜라가 너무 축소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나같은 사람에게 니콜라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내게는 잘된 일이었다.

몇가지 주제로 나누어 작품들을 구성했는데 어수선하지 않고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른 색채의 작품들도 있었고 아직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작품들이나 스케치본들도 있어서 돈이 아깝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나오는 길에 상페의 작품집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있는 책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전시회에서 다 보지 못한 것들은 역시 책을 사서 봐야 할 것 같다.

가격은 나름 적당한 편… 미술관의 동선은 조금 복잡했다. -_-;; 도슨트의 설명은 별거 없었고… 이 말은 상페의 그림들이 그런 도움 없이도 알아 볼 수 있을만큼 친절하다는 뜻도 될 것이다. 다만 그림을 보는 내내 그림에 삽입된 글들이 번역되어 있지 않은 곳들이 있어서 쫌 곤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피아노까지 걸어가는 연주자를 그린 작품… 아무 것도 그려넣지 않은 바탕이 연주자의 긴장감을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일러스트라기엔 조금은 묵직한 느낌이 들어서 머릿속에 남아 있다.

상페의 그림에는 소외된 것에 관한 관심이 있다. 내가 상페를 좋아하게 된 첫번째 계기가 된 그림은 미술관에 걸린 커다란 그림 앞에 몰려든 사람들이 그려진 그림이었는데 그 그림에는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안내원을 향해서 한 남자가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난 당신을 보러 왔어요”

상페의 그림은 유독 배경이 많다. 보통 일러스트는 중심이 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림이 그려지기 마련인데 상페의 그림은 대부분의 공간을 배경으로 채우고 있다. 그의 그림은 커다란 도화지 위에 그려진 손톱만한 고양이를 주목하게 한다. 미술관의 거대한 미술품보다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별볼일 없는 안내원을 통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이 세상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보잘 것 없고 작은 사람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변하고 세계는 점점 작아지고, 내가 없어도 이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갈 것 같은 날들이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작은 사람도, 특별히 모자라거나 부족한 사람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모습이고 나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커다란 그림 속에서 작은 나를 찾아 주는 그의 말은 더 큰 위로가 된다.

“제 인물들이 작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너무 큰 것입니다.”

– iPad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Content Protected Using Blog Protector By: Pc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