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 배상문


뉴스앤조이에서는 신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몇권의 글쓰기 관련 서적을 읽고 글도 써보고 서로의 글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원래는 나도 참여하기로 했던 시간인데, 도무지 책읽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서 포기했다. (포기했다기보다는 시작을 안했다.) 같이 책을 샀기 때문에 책장에는 책들이 잔뜩 있지만 신학 서적 읽을 시간도 빠듯한지라 사실상 못 읽고 있다고 봐야한다. (실제로는 컴퓨터 때문일지도…)

그런데 이번에 허그미 취재를 다녀오면서 가방을 놓고 오는 바람에 한시간 반정도를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있어야 할 일이 있었다. 그 때 심심해서 옆에 있던 책이나 읽어볼까 하고 읽기 시작해서 그날 저녁에 읽기를 마쳤다. 이 말은 그야말로 쉽게 술술 넘어가는 책이라는 뜻이다. 글쓰기 책들의 일반적인 특징이긴하지만 대부분 뻔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제목을 보면 무슨 내용이겠구나라는 대충의 짐작이 간다. 그것도 꽤나 심하게 예측이 가능하다. 굳이 글쓰기 공부의 초보가 아니라면 이 책을 사서 정독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물론 이런 류의 책들이 이처럼 비슷해지는 것은 그만큼 글쓰기에 왕도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어쩌면 이렇게 왕도가 없다는 것이 이 책과 같은 책이 필요한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 책에는 굉장히 많은 인용문이 나온다. 두 장정도 되는 챕터에 인용문만 세 개씩 등장하는 꼴이다. 짧은 인용문도 있지만 굉장히 긴 인용문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책 내용 가운데도 나오듯이 인용도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꽤나 좋은 기술로 쓴 책이 분명하다. (저자가 말하는 인용문의 장점 중에는 페이지를 쉽게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있었다.ㅋㅋ)

즉, 이런 류의 책들은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보다는 그 책 자체가 꽤나 좋은 견본이 되는 책이라고 보아야 한다. 내용은 똑같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담아냈느지는 글쓰는 사람의 힘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꽤나 괜찮은 글쓰기의 견본이다. 읽는 속도가 거북이 같은 나도 앉아서 한두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만큼 가독성이 좋다. 읽는 이를 꽤나 생각했다는 뜻이다. 내용이 재미있는지는 모르지만 평범한 내용 가운데 글쓴이의 ‘어투’가 살아있어서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글쓰기를 망설이는 글쓰기 초보를 위한 책이다. “글쓰기 그까이꺼 뭐 대충~”이라고 말하듯, 저자는 일단 쓰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생각도 하지 말란다. 생각하고 쓰려다간 아무 것도 쓰지 못한다는 논리이다. 혹 초보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얘 뭐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더 읽다 보면 저자의 말은 결국 오래 앉아있는 글쓰기 습관에 대해서 강조하는 말로 모아진다. 흔히 말하는 ‘엉덩이로 글쓰기’말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길들여져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지금 당신이 무엇이든 써야 하는 이유는 지금 쓰지 않으면서 오래 앉아 쓰는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글쓰기의 가장 큰 적을 과도한 독서라고 말한다. 감상하는데만 도사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독서를 좋아해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 독서를 하게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 독서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작가관이다. 그는 ‘오늘 아침에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같은 말을 인용하면서 체질이 아닌 사람은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그렇다고 남의 글은 볼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 부류의 책은 아니다. 저자는 다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헛독(헛된 독서)도 남는 것이 있고 읽다 포기하는 책도 있어야 많이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냥 읽는게 아니라 문학사 등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알면서 읽으라고 말한다. 그래야 자기 글에 자뻑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다양한 독서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필요한 조언들이다.

분명 이 책의 독자층은 글쓰기 초심자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을 위해 입에 발린 달콤한 사탕만을 주지 않는다. 글쓰기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오래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지루한 문학사 공부도 필요하다.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지만 ‘타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내용들을 막힘 없이 줄줄 써 내려갈만큼 이 책은 쉽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읽기에 좋다. 그가 제시하는 글쓰기는 이제 막 글을 써보려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동시에 글 잘쓴다는 사람들이 쉽게 잊고 지나갈 수 있는 문제들을 적절히 지적해주는 친절한 책이다. 영어에서 고급문법 배우기 전에 초급문법 책을 한번 훑어 보듯이, 더 좋은 글을 쓰기 원하는 중급자들에게도 좋은 어드바이져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쉽게 헷갈리기 쉬운 맞춤법에 관한 내용을 책 뒷부분에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고급자들 역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째 쓰다보니 좋은 얘기만 쓴 것 같다. 이런 건 내 체질이 아닌데…ㅋㅋㅋ

– iPad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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