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요한복음서와 로마황제숭배 – 김선정

세대에서 가르치고 계시는 김선정교수님의 책입니다. 성서본문에 대해 로마제국이라는 식민지 상황을 전제로 읽어나가는 이른바 ‘정치적 독해’의 막차를 타고 있는 듯한 이 책은 요한복음서를 로마제국이라는 상황 하에서 요한공동체라는 특수한 공동체의 자기 이해를 담아낸 본문으로 읽어냅니다.

물론 요한복음에 대한 유대적 혹은 헬라적, 더 나아가 로마적 읽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김선정 교수 이런 시도들의 단편적인 관계설정을 비판하면서 유대교, 로마제국, 그리고 요한 공동체라는 삼각 구도 가운데서 일어나는 갈등관계를 통해서 요한복음을 해석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요한공동체가 그려내는 예수상이 가지는 독특한 의미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간단히 요약하면 로마제국이 제국의 정치적 통제의 도구로 이용한 황제숭배 제의를 통해 드러난 신-왕 개념에 대한 유대교와 로마 그리고 요한공동체의 세가지 입장이 만들어내는 갈등을 역사적 맥락에서 재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제되고 있는 로마제국의 황제숭배 제의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최근 발매된 호슬리의 [바울과 로마제국]이나 뱅크스의 [로마의 평화] 같은 책에 잘 정리되어 있듯이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당시 사회에서 로마의 황제가 신으로 숭배되는 일들이 일어났으며 때로는 강제되기도 했다는 배경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로마의 황제는 때로는 직접 신의 지위를 차지함을 통해서, 때로는 선왕을 신으로 숭배함을 통해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신 혹은 신의 아들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숭배는 로마의 지배지역이었던 곳곳에서 로마 제국에 대한 충성의 의미로 행해졌습니다. 즉, 로마의 황제숭배 제의는 종교적인 행사가 아닌 정치적 지배체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전제로부터 너무나도 당연하게 문제시 될 수 있는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과 그로 인한 박해의 위협이라는 문제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배경 속에서 같은 유일신 신앙을 가졌지만 그와는 다른 길을 걸어갔던 유대교와 요한 공동체의 사상을 추적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요한공동체의 입장에서 저술된 요한복음의 본문 가운데 이런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거나 전제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로마의 황제숭배 제의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왕이 곧 신이라는 로마 황제의 신-왕 개념이었습니다. 이것은 인간은 하나님일 수 없다는 유대교의 유일신적 신앙 바탕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고 너무나도 다연하게 로마와의 갈등상황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런 갈등 상황에서 유대교는 그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로마의 관용적인 종교정책과 유대교의 신,왕 분리 사상에서 찾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서 7장 25~26절에 따르면 당시에 유대교는 예수가 자신을 메시야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죽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메시야 자체를 거부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며 그것은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 메시야가 다윗의 그림자 속에 있는 정치적이고 반로마적인 의미이 메시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유대교는 인간은 신일 수 없다는 전제에서 메시야를 신이 아닌 다윗의 뒤를 잇는 정치적 성격의 왕으로 인식하여 신과 왕의 개념을 분리하였고 이를 통해 신으로써 야훼의 배타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메시야의 정치적 왕권을 가이사에게 넘겨주어 로마의 통치와 부딫히는 부분들을 타협해 나갔다는 것입니다.(이런 사상은 요세푸스가 유대-로마 전쟁당시 유대인들에게 로마 정복의 합당함을 주장하는 근거로도 사용되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당시 유대지역에서 황제숭배제의 대신 왕을 위한 기도가 행해졌다는 역사적 근거와 더불어 요한복음 19장 15절에 나타나는 유대인들의 외침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들이 외쳤다.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의 왕을 십자가에 못박으란 말이오?” 대제사장들이 대답하였다. “우리에게는 황제 폐하 밖에는 왕이 없습니다.”

로마 제국과 유대교에 대한 두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저자는 요한복음서가 이 두가지 사상을 반대하면서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시켜 나가는 본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첫번째로 요한공동체가 예수에게 돌렸던 칭호들을 통해서 진정한 신-왕은 로마 황제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있으며 그 메시지는 분명히 반로마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요한공동체는 예수라는 인물을 신이면서 동시에 메시야로 고백함으로서 메시야=예수=하나님이라는 예수의 자기 정체에 대한 도식을 통해서 유대교의 신-왕 분리 시스템을 비판하고  다윗의 뒤를 이어 오는 정치적 의미의 메시야를 넘어 하나님 자신이 메시야가 되시는 새로운 개념의 신-왕체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런 몇가지 전제들을 증명하는 과정을 통해서 유대교로부터 분리되어져 나온 요한 공동체가 자기 정체성을 신들의 공동체, 포괄적 공동체, 계명공동체, 영생공동체 라는 네가지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정리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저자가 이 책의 앞부분을 통해서 로마제국과 유대교라는 거대한 두가지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정리되어진 자기 이해라고 보기에 김선정 교수님의 정리는 너무나도 허약해보인다는 것이니다. 

또한 이런 요한 공동체의 자기 이해는 과도하게 영지주의의 그림자 속에서 요한복음을 해석하려 했던 기존의 요한 공동체 이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요한복음의 서두에 언급된 철저한 반영지주의적 언급을 소홀히 다룬 것이며 더불어 자신이 책을 통해서 주장했던 유대교의 신-왕 분리사상에 대한 적절한 대안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유대교가 메시야를 다윗계보의 왕으로 인식하고 그 왕권을 가이사에게 넘겨줌을 통해서 민족 해방의 소망을 포기했다면,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신앙을 통해서 그 두가지를 다시 통합하고 있는 요한 공동체는 자신이 비판하는 유대교의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만 유대교와 구분되는 정체성을 성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는 요한공동체의 신=메시야라는 새로운 신-왕 체제가 유대인의 오류를 지적함을 통해서 요한 공동체가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앞부분에서 본래 유대교가 신-왕을 분리하고 있었다는 저자 자신의 전제를 약화시키는 꼴이 됩니다. 오히려 예수라는 인물 속에서 분리되어 있던 신-왕의 개념이 통합되는 새로운 메시야상을 제시하고 이 메시야를 통해 시작되는 새로운 시대와 그 시대에서 요한공동체의 적합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정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뭔가 용두사미같은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만 요한복음 가운데 나타나는 유대교와 로마제국 그리고 요한공동체의 갈등 요소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를 새롭게 하는데 분명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양분화된 갈등양상을 세집단의 갈등상황으로 끌고들어오면서 어찌보면 굉장히 복잡해질 수 있었던 주제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이해하기 편하게 설명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바울과 복음서에 관한 정치적 해석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거의 통합하고 있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후속 연구들이 더 이루어져서 요한공동체의 자기 이해에 대한 조금 더 선명한 재구성이 이뤄진다면 더욱 빛을 발할 주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3 Comments

  1. 동감가는 내용이 많네요. 아직 학문의 날이 제대로 서기 전, 즉 박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책으로 낸 건데 성급했던 감이 없지 않아 있지요. 오히려 저 내용은 그냥 꼭꼭 담아두고 던졌던 물을들을 세세하게 논문이나 책으로 써냈어도 좋았을 듯 한 작품이죠.. 허나…….김교수님은 이제 제 석사논문의 부심…전 지극히 저책을 완죤히 맞다고 인용해야 한다는…^^;;;;;;;;;

    1. 아… 이런…ㅋㅋ 일단 석사논문 패스까지는 참고 견디시길…ㅋㅋ 그래도 읽으면서 정리하고 가르치는 것은 잘하시는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언가를 쉽게 정리해낼 수 있다는 것도 능력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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