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땅이의 가요들으며 은혜받기 3탄 : 사랑을 잃고 난 노래하네 – 에이트


심장이 없어 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에이트라는 팀의 노래입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처음 이 곡을 들었는데 호소력 있는 보컬과 익숙한 멜로디에 끌려 인터넷에서 찾아 들었더니 멜로디보다는 가사가 참 좋더군요. 그런데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이 팀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데도 말이지요.


우리나라 이별 노래의 가사들을 보면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너 없으면 죽을 것 같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던가 이런 아픔의 기억들에 대한 가사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런 노래들이 비하면 이 노래의 가사는 꽤나 새롭습니다. 가사의 대략적인 내용은 연인과 이별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노래하고 있는 것은 슬픔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아프고 슬프고 죽을 것 같은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일상의 감정들과 행복의 흔적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가사 중에 이 구절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 잊으려해도 배고파 찾아서 먹던 밥 한끼에 웃더라 친구들이 다 잊으라 하기 전에 전화로 먼저 쾌를 찾더라.


무작정 죽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끝을 알 수 없는 저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이별노래도 아니고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노래도 아닌 새로운 이별노래를 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나를 추스리고 일어서지 못하는 감정의 무기력함을 무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결국 다시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게 살면서 새롭운 행복을 맛보게 될 현실을 무시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사역을 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든가를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역을 하다보면 이것 저것 기억해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 이름 기억하는 것입니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영화나 TV에 나오는 선생님처럼 수십년 전의 제자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다던가 하지는 못합니다. 나름 건망증이 심해서 예배에 필요한 것들을 자주 까먹고 가기도 합니다. 설교때 영상물을 보여주고 설교를 하려 했는데 정작 영상파일을 안가져 간다거나 생일 파티를 하는데 선물 사는걸 깜박한다거나 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습니다.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기억하는 것은 거의 여자친구의 몫입니다.


저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어릴 땐 아이큐 높다고 천재소리까지 들었는데 어머니가 아이큐 깍아달라고 기도하셨답니다. 아이큐가 무슨 콩나물 값도 아니고..ㅋㅋㅋ 어쨋든, 언제부터 이랬나를 생각하면서 옛날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다보면 초등학교 후반부터 중학교 시절까지 기억이 거의 없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곤 합니다.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보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이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 당시는 저희 집이 가장 힘들 때였습니다. 빚쟁이에 쫓겨다녀야 했고 1년에도 3,4차례씩 전학을 다녀야 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기억 속에서 남아있는 장면 중에 하나는 어린 제가 어머니를 향해서 ‘나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울면서 소리치는 장면입니다. 지나고 나서의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그 시절쯤의 기억을 거의 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너무 힘들 것 같은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자체적으로 편집을 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죽을 것처럼 아팠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이 컴퓨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먼 과거의 기억은 둘째치고 가까운 과거의 기록도 완전하게 기억하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자기에게 편한대로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것이 인간의 기억력입니다. 때로는 태어나면서부터 쓰던 언어도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까먹어버립니다. 때로는 긴 시간으로 인해서, 때로는 나이를 먹으면서 감퇴한 기억력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살게 됩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런 망각은 참 슬프고 불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망각이 한 사람을 살게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아팠던 기억들, 가슴아픈 추억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집니다. 죽을것처럼 아팠던 기억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우리의 삶 속에서 물러나고 전과 같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살게되는 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망각은 시간이라는 것을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치료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괜찮아 질거니까 아파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플 때 울고 힘들 때 지쳐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언젠가 괜찮아 질 것이고 잊혀질 것이고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아픔의 감정을 대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 그 아픔을 이겨내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을 것이고 다시 웃으면서 이야기할 것이고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숨을 쉬게 해주고 결국 그 슬픔과 아픔의 시간이 지나간 후 다시 웃을 수 있게 해줍니다.

유대교의 미드라쉬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윗 왕이 큰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그 기쁨을 기리기 위해 궁중의 반지 세공사를 불러 반지를 하나 만들도록 명령하였습니다.

” 내가 항상 지니고 다닐 만한 반지를 하나 만들고 그 반지에 글귀를 새겨 넣어라. 내가 큰 기쁨에 빠져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흥분해 있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든 것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줄 것이며, 또 내가 이 세상 가장 큰 슬픔에 빠져 더 이상 헤어나오지 못할만큼 좌절해 있을 때 내가 그 슬픔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할 것이다.

반지세공사는 최선을 다해 가장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이내 깊은 근심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반지에 어떤글귀를 새겨야 할까…’

 한참이 지나도 마땅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은 반지세공사는 지혜롭다는 솔로몬왕자를 찾아가 조언를 구하자, 이야기를 모두 들은 솔로몬 왕은 반지에 다음과 같이 새기라고 말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곧 지나갈 바람 앞에 당당히 서서 노래할 수 있는 우리의 삶이 되길….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Content Protected Using Blog Protector By: Pc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