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쓴 2010 남아공월드컵 후기

축구 전문가도 아니고 평소에 그다지 축구를 즐겨보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월드컵은 16강에 그쳐야만 했지만 그 역시 이전에 한국 축구라면 이뤄내지 못했을 결과이므로 칭찬받아 마땅한 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에는 어렵게 어렵게 연장에 승부차기에… 피를 말리면서 올라갔던 4강이지만 이번에는 성적은 그보다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시원시원한 경기를 했다는 느낌입니다.


처음에 월드컵이 시작되고 그리스를 격침시킬 때만해도 이거 뭔가 일 내는 것 아닌가 싶었지요. 물론 16강 진출을 일 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은 16강 정도에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16강이 더 아까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라드 기성용
무엇보다 제가 평가하기에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얻은 최고의 수확은 기성용이라는 키커를 얻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합니다만 2골을 넣은 이청용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이 저는 못내 아쉬울 따름입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넣은 골은 총 6골입니다. 박지성이 1골, 이청용이 2골, 이정수가 2골, 박주영이 넣은 1골 여기서 박지성의 골과 이청용의 1골은 상대의 수비에게서 볼을 빼앗아서 넣은 골이고 박주영의 1골은 세트피스에서 직접 슈팅으로 넣은 골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3골… 이 3골이 모두 기성용의 발끝에서 나왔습니다. 이정수의 동방예의지국 슛은 말할 것도 없고 우루과이전에서 이청용의 헤딩골도 기성용의 킥이 좋았기 때문에 수비수가 헤딩을 한 후에 이청용에게 유리한 위치로 떨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슬쩍 넘어간 핸드링 문제가 있긴 하지요.ㅋㅋㅋ 하지만 경기를 보는 내내 수비에서부터 공격까지의 연결, 그리고 공격의 방향 전환까지 기성용은 자기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 킥은 정말 일품이더군요. 같은 남자지만 급호감입니다. ㅋㅋㅋ


홍명보의 빈자리
경기를 보는 내내 못내 아쉬웠던 것은 수비의 축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외신 기자들도 아직 한국은 홍명보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고 말하더군요. 수비수들은 훌륭했습니다만 그 중심에서 조율해줄 리더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김남일 선수가 패널티킥을 내준 실수만 아니었어도 그 역할을 어느정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우루과이전에는 못나왔네요. 번번히 어처구니 없는 노마크 찬스를 내주는 모습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전에는 상대가 너무 잘해서 그런가부다 생각했는데 우루과이전까지 보면서 너무 자주 그런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캡틴 박지성


이번 월드컵 팀이 무엇보다 강력하다고 평가되고 사람들에게 기대를 갖게 했던 이유는 바로 박지성이라는 이름값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은 그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해주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더욱 커보이는 이유는 흔히 다른 슈퍼스타가 있는 팀처럼 소위 ‘혼자 해먹는’ 리더쉽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월드컵 내내 그가 팀을 이끌어가는 조율능력에 대한 칭찬들이 끊이질 않더군요. 나이 많은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주장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장면은 본선이 아닌 한일전에서 박지성의 세러머니가 아니었을지…ㅋㅋㅋ 대표팀에서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찌될지는 모르겠네요.^^


떠나가는 영웅들
월드컵 경기를 보는 내내 자주 카메라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제 눈길을 가장 끈 선수가 두명 있습니다. 바로 안정환과 이운재입니다. 주전으로 나오지 않았기때문에 경기를 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경기 전후 중간 중간 선수들을 격려하는 자리에는 늘 가장 먼저 두 사람이 눈에 보였습니다. 물론 과거만큼 실력이 안되니까 후보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축구라는게 사실 실력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 같은 비전문가에게 2002년에 이운재와 안정환이라는 두 영웅에게 가지고 있는 아우라 같은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영웅은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정성룡 골키퍼를 붙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던 이운재 골키퍼의 모습, 울고 있는 차두리를 안아주던 안정환의 모습, 자기가 1초도 뛰지 못한 경기에서도 함께 기뻐해주는 뒤로 물러선 두 영웅의 모습은 진짜 영웅은 어때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안정환 선수… 이번 월드컵 내내 보여줬던 그 인자한 얼굴은 왠지 지난 날의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기더군요.^^ 보기 좋았습니다.

시청자의 눈높이 좀 맞춰줬으면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심판의 오심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기장에서 먼 거리에 있는 관중들이나 거의 실시간으로 봐야만 했던 옛날의 TV 시스템에서라면 이런 것이 그냥 ‘심판이 가장 정확히 봤겠지’라며 넘어갈 수는 있지만 HDTV에 슬로우모션등으로 경기장면을 몇번이고 돌려서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에 노출되어 있는 오늘의 시청자들에게 너무나도 명백한 심판의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니 받아들이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닐지요. 히딩크 감독도 이런 오심으로 인해서 비디오 판정을 도입하자고 말했다는데 피파에서는 부심을 두명 추가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_-;;; 저는 히딩크 감독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물론 비디오판정을 도입해도 정말 애매한 상황에서 심판에 의한 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파가 심판의 권위를 중시하다가 정작 심판의 신뢰도를 깍아먹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퇴보한 응원문화
이번엔 경기들이 밤에 있었기 때문에 거리응원을 많이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리스전은 상암에서 응원했고 아르헨티나전은 서울광장에서 봤습니다. 그런데… 붉은 악마 전용석 어쩌구 같은 문제들은 제가 당해본 문제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쓰레기는 직접 가져갔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2002년과 비교하자면 그때의 기적같은 질서의식은 보이지 않는 것 같더구요. 그냥… 그렇다구요. 쓰레기는 내 손으로… 아니면 적어도 아저씨들 치우기 쉬우시게 한쪽에라도 모아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4년 후에도 이럴려는지…

어쨋든 전체적으로 첫 원정 16강은 놀라운 성과인 것 같습니다. 다만 뭔가 아직 2002년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월드컵이었습니다.^^ 칭찬해줍시다. 잘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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