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속으로 일보

생각해보니 이렇게 진득하게 앉아서 글을 써본지가 굉장히 오래된 것 같다. 요즘 나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야 하기 싫어도 하기도 하고, 꽤 잘 하는 편이지만, 내 이야기를 마음껏 해본지는 오래된 것 같다. 예전엔 감출 것이 별로 없었다. 누구 앞에서도 떳떳하게 모든 것을 오픈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내 인생에 이런저런 다 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던 블로그에 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교목실 일을 시작하면서 깊이 생각하거나 의미 있는 만남을 갖는 일보다는, 나에게 별 의미 없는 유명인사를 일처리에 급급한 관계로 만나게 되었던 일들이 많았다. 내 삶의 궤적과 다른 삶의 방식은 내 사고를 정지시켜야 따라갈 수 있는 길이었다.

요즘 책 한권을 읽었다. 정식으로 페미니즘 책을 읽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페미니즘 이론서도 아니고 내가 별로 보지 않는 산문집이다. 읽으면서 중반 이후부터는 페미니즘 책이 아니라 신학서적처럼 읽었던 것 같다. 그가 이 땅의 소수자로서 고민하고 울며 발버둥치는 모습에서 예전 하나님 앞에 서 있던 나의 모습을 보았다. 불편함을 당당히 선택할 수 있었던 그 모습의 내가 그리웠다. 늘 비슷한 다짐들을 하지만 이젠 좀 달라져 보자. 내 삶에서 감춰야 할 부분을 아주 없앨수는 없겠지만, 함께 나누고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은 더 만들어보자. 그렇게 내 삶이 조금 더 빛으로 나아올 수 있길 소망한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Content Protected Using Blog Protector By: Pc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