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17년

2017년 안녕

2016년을 돌아보면 한 마디 밖에 생각이 안난다.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한 해가 있을까?”

계속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만큼 힘들었다.
일 하는 곳에서의 관계와 일의 안정성이 불명확해지면서 무엇 하나 맘 잡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선택하는 것마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겨우겨우 견디기를 이어왔던 한 해였다. 나의 부르심과 사역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하게 된 한해였고, 실제로 많은 자신감을 잃어버린 한해였다.

10년동안 사귀어 왔던 관계가 한꺼번에 엉켜버렸던 한 해였고, 그 관계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어느듯 30대라는 말이 어색할만큼 40대를 엿보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음에 자괴감을 느끼는 한해였다.

나를 돌아볼만한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을만큼 나라와 사회를 생각해야 했고, 국민의 뜻을 대의한다는 말이 무색할만큼 국민 개개인이 국가에 대해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하는 한해였다. 2014년의 봄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아직도 씻겨지질 못하고 또 한해를 지낸다.

그래도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한 해였고, 이것저것 새로운 것도 해볼 수 있는 한 해였다. 커다란 것을 잃어버린 경험이 삶의 패턴을 조금이나마 바꾸어놓았고, 지금껏 살지 않았던 삶에 한 걸음 발을 내딛은 것이 하나의 성과라면 성과일까?

정말이지 이름값 하는 한 해였다. 몰아닥친 삶의 폭풍에도 나는 치열하게 살지 못했고, 커다랗게 얻어맞은 충격에 꽤 많은 시간을 멍하니 보내야 했던 한해였다. 그저 어제에서 오늘이 될 뿐인 날이지만 그래도 다가오는 새해에는 많은 것이 바뀌는만큼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길 기도해본다.

이제 나의 30대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며 새로운 40대로 넘어갈 준비를 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금년처럼 내 인생에 부끄러운 한 해를 만들지 말길. 무섭고 두려운 것들 앞에서 그저 한 발이라도 내딛을 수 있길. 아직 낯설고 어색한 나에 대해 조금은 더 알아갈 수 있길. 내게 의미 없다 느껴질지라도 타인의 삶에 조금 더 호기심을 갖길. 뒤늦은 사춘기 같은 갈등에서 벗어나 조금은 나의 나이에 맞는 책임감을 질 수 있길. 도망가지 말길. 핑계대지 말길. 그럼에도 언제든 광야로 뛰어나갈 수 있는 여지 하나쯤은 남겨놓길.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한번 더 기도하길.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안녕, 2016년. 반갑다,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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