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받은 자들의 소프트웨어 – 1.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순서
1.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2. 정품? 그게 말이지…
3. 한국 교회의 컴퓨터 사용 환경
4. 정직의 원리

본인은 교회에서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신학생이다.
물론 지금은 다른 이유로 쉬고 있지만 어쨋든 신학생으로써 앞으로 목회를 할 것이고 곧 다시 교회에서 전도사 사역을 이어갈 것이다. 미리 이런 나의 입장을 밝혀 놓는 것은 교회 밖에서 외치는 비난의 소리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이다.

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컴퓨터의 유용성이란 말로 다하기 힘들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매주 발행되는 주보이다.
목사님이나 주보 담당자가 매주 정성을 들여서 만들어내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 모른다.
어느 교회도 주보를 손으로 써서 만드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간단할지라도 꼭 컴퓨터를 거치게 된다.

뿐만아니라 요새는 옛날같지 않아서 대부분의 교회학교에 ppt와 같은 멀티미디어 시설은 기본이다.
우리때만해도 전도사님이 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시거나 인형을 만들어서 하거나 했는데… 요새는 기본이 동영상이다. -_-;;
이렇게 교회 생활에 있어서 컴퓨터의 중요성이 당연시 되고 있지만 그에 비해서 교회에서의 저작권문제에 대한 인식은 극히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요새 교회의 재정 투명성과 목사들의 세금문제로 떠들썩한 이 때에 이런 것에 딴지를 걸고 넘어가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는 어떤 예기치 못한 계기를 통해서 이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 정직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너무 당연시되어 교회에서마저 당연시 되고 있는 불법소프트웨어 복제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교회에서 저작권 관련해서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 쪽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내가 건드려봤자 말뿐인 것이 될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런 것들은 기윤실등 다른 단체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선 이야기를 교회 밖에서 시작해보려고 한다.
흔히 정품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것이 리눅스를 앞세운 오픈소스 진영이다.
인터넷을 뒤지다보면 소프트웨어의 무상공유를 주장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체제와 그로 인해 양산되고 있는 잠재적 범죄자(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자)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듣기에 틀린 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런 것들을 실천으로 옮겨보려고 리눅스와 파이어폭스로 옮겨탔다가 좌절하고 돌아온 것이 몇번인지 모르겠다. 나름 컴퓨터에 익숙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리눅스는 높은 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분투등 많은 대중적인 소프트웨어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리눅스는 전문가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힘들다.
그만큼 리눅스 사용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전문가 의식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자기 잘난 맛이라고 해야할까?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접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자유’라는 것과 ‘리눅스’라는 운영체제에 대해서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깔보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처음 접하는 사람 입장에선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 오히려 오픈소스에 대한 커다란 벽이 하나 놓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그들의 주장이 아무리 옳아도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의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주장은 그냥 의미없는 비난이 될 뿐이다.
리눅스 사용자들이 가진 ‘자유’의 가치에 대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자유’의 가치가 정말 가치있는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리눅스 스스로가 ‘자유’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프라이드보다는 사용자의 필요에 응답하기에 취약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내가 이렇게 리눅스 사용자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런 종류의 글이 어설픈 도덕적 잣대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논쟁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기독교 안에서도 정품 소프트웨어에 대한 움직임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뒤에 언급하겠지만 그 현실성은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정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옳은 것이 전부는 아니다. 옳은 것을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옳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내가 써 나갈 글의 전체적인 주제와도 연관되며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앞으로 써나갈 글에서는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 비난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다음 글에서 언급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불법으로라도 상용프로그램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한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정품을 써야한다는 주장에서 개인 사용자를 제외할 것이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교회안에서 사용되어지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글로 한정하고자 한다.
물론 근본적인 글의 방향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그 주장의 근거는 성경과 예수의 정신이 될 것이다. 결국 개인 사용자를 글에서 제외한다고 하여도 결국 그것은 크리스챤으로써 정직함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누구에 대한 비난도 되지 않길 원하고 MS라는 거대 기업에 굽신거리며 국제표준에서도 벗어나 수많은 액티브 액스를 도배해가며 익스플로러에 자신을 최적화시켜버린 한국의 상황 가운데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컴퓨터 초보자들을 향해서 죄책감을 심어주는 글도 되지 않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한국 교회가 잘못됐다.’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우리가 이 길에서 돌아설 수 있는가?’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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