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의미

쫌 지난 일이긴 하지만, 내가 졸업한 한신대의 채플에서 한 학생이 ‘고난 받는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기도를 마쳐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습관처럼 기도 끝에 붙이는 말이지만, 정작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 것은 언제였던가? 한바탕 시끌벅적 하던 시기는 지났지만 책을 읽다가 인용된 성경 구절이 눈에 들어와 적어 옮겼다.

그 날에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구할 것이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아버지께 구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아버지께서는 친히 너희를 사랑하신다. 그것은, 너희가 나를 사랑하였고, 또 내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16장 26-27)

이 말씀은 요한복음에서 예수가 잡히시기 전날밤 제자들과 이야기 나누시는 장면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 뒤에는 세상을 이겼다는 예수의 선언과 하나님을 향한 긴 기도가 이어지고, 곧 예수가 잡히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예수는 자신의 이름으로 구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중요하다.

예수가 우리를 위해서 대신 간구하시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 교회에서 기도에 대해서 배울 때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니까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해야 하나님이 더 잘 들으신다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이것이 전통적인 기독교의 대표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이런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본문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이 예수가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히 예수가 우리를 위해 중보자의 위치에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이 그의 힘을 빌리는 주문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기도를 통해 이뤄지는 관계는 친히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열심이 만들어 내는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릴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중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것이지 예수의 기도를 들으시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예수의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그것의 효력이 아니라 그 이름이 가진 대표성을 의미한다. 즉, 예수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는 그 기도가 무엇을 향해 있는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기도는 나의 것을 이뤄달라고 하나님에게 주문하는 의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우리의 뜻을 맞춰가는 포기와 내려놓음의 의식이다(대표적인 기도가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드리신 기도이다). 이런 기도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의 기도가 맞춰가야할 하나님의 뜻이 예수를 통해 드러난 바로 그것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수가 위해서 사셨던 사람들과 이 땅 가운데 이뤄지기 바라셨던 하나님의 나라가 예수의 이름을 통해 대표되는 것이다.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은 우리의 기도가 예수의 삶을 상징하는 그의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기도이길 바란다는 소원임과 동시에 다짐의 표현이다.

앞에서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세월호 유가족의 이름으로 기도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것은 지금 우리의 신앙 속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삶의 방향이 이런 사람들을 품어 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할 수 있는가? 그렇다. 그런데, 왜 오늘날 예수의 이름은 민중을 담아내지 못하는가?

민중이 아파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예수의 이름을 버리고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해야 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수의 삶에서 민중이 소외될 수 없다. 그리고 민중이 소외된 예수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하나님의 나라를 우리가 바라고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 오늘날 중요한 것은 이 시대 속에서 부끄럽지 않을 예수의 이름, 그 삶의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다. 우리가 그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가 하나님께서 사랑하라 명하신 이웃을 외면하는 부끄러운 삶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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