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바울의 삼중 신학 _ 김영석

바울의 삼중신학 요즘 읽을만한 책이 없다고 느끼던 차에 김영석 교수의 새 책 출시 소식을 들었다. 지난번에도 한 권 나온 책이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여서 리뷰를 따로 쓰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책은 바울서신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대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이 번역하신 책이라 서점에 간 길에 질러버렸다. 원제는 “A Theological Introduction to Paul’s Letters”인데 번역서의 제목은 부재인 “Exploring a Threefold Theology of Paul”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외국 책의 제목을 가져올 때 부제를 타이틀로 가져오는 경우가 자주 있는 데, 이건 아마도 문화적 차이인 듯 하다. 원서 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A Theological Introduction to Paul’s Letters: Exploring a Threefold Theology of Paul

이 책은 바울의 신학과 윤리의 통합이라는 목표 하에 ‘하나님의 의’ ‘그리스도의 믿음’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세가지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헬라어에서 가장 논쟁적인 문법인 소유격을 전면으로 가져온다. 그러면서 이 세가지 소유격을 목적격적 소유격으로 번역하던 기존의 해석이 가진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이 개념들을 주격적 소유격이나 특성의 소유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하나님, 그리스도, 그리고 믿는 자라는 신앙의 세가지 주체 도식이 바울 서신의 중심적 주제임을 밝혀내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물론 이런 구분은 텍스트에 따른 구분이라기보다는 특정한 목표를 위해서 선택된 개념이기 때문에 엄밀함을 따지기는 무리가 있다.

특별히 이 책은 바울의 신학에서 믿는 자의 주체적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저자가 민중신학 베이스 위에 서 계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잘 잡고 가신다는 느낌이다. 특히나 그리스도의 몸을 사회적 유기체가 아닌 그리스도적 삶으로 해석해 낸 부분은 그의 주장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하나님의 의나 그리스도의 믿음 같은 것들은 이전에 많은 신학적 논의들이 있어왔고 마이너적이긴 하나 이미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주장되어 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고린도전서의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비유를 십자가에 못박힌 몸, 특히 ‘타인을 위해 찢겨진 몸’으로 이해하는 김영석 교수의 이해는 이 주제에서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그의 저서인 ‘Christ’s body in Corinth’에 잘 소개되어 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지만, Christ’s body in Corinth의 내용에 대해서는 무지 허접한 나의 예전 리뷰를 참고해주길 바란다.

2014년 책읽기 [3] Christ’s Body in Corinth _ 김영석

최근들어 바울의 진정서신만을 중심으로 기독교 신학을 재구성 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만큼 바울이 다루는 신학적 주제들이 바울서신과 제2바울서신에서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크로산과 보그의 ‘The First Paul’은 이런 차이를 본래의 ‘급진적 바울’이 ‘보수적 바울’을 거쳐 본래 바울에 ‘반동적인 바울’로 제도화되는 과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에 대한 이해 역시 고린도전서와 골로새서/에베소서에서 극명하게 갈라진다. 저자는 비바울서신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유기체적인 공동체로서 교회와 연결시키면서 제도화하는 것과 달리 바울 서신에서는 인간의 몸, 즉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몸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상징은 그리스도와 같이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을 향한 윤리적 명령으로 연결된다. 비바울서신이 덧씌워 놓은 거추장스러운 권력과 정치의 문제로부터 바울을 해방시켜 ‘타자를 향해 마음을 찢는 그리스도적 삶’으로 연결시키는 저자의 접근은 오늘날 교회에서 바울의 신앙을 어떻게 접하고 적용시켜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가운데 하나는 바울의 세가지 소유격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의 접근들을 소개하면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통적 이해에서부터 새관점과 포스트콜로니얼까지 각 접근법에서 세가지 개념이 어떻게 이해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시대별로 성경과 그 주변 문헌들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바울의 각 서신에서 세가지 주체가 어떻게 관계되고 있는지를 일일이 밝히고 있다. 직접적으로 소유격 형태가 등장하지 않는 곳에서도 이 개념이 전제되거나 사용되는 방식을 설명함으로써 이 개념들이 바울신학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임을 잘 설명하고 있다. 다만, 비슷한 내용을 여러차례 다른 관점에서 반복하다보니 지루한 감이 쫌 있다.

감히 이 책에서 놓치고 있는 혹은 무시하고 있는 듯 보이는 몇가지를 짚어보고 글을 끝맺어보려 한다.

첫번째는, 저자가 디자인하는 바울의 삼중신학이라는 세가지 소유격이 실제로는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분명 세가지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주제인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삼중신학이라고 할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가하는 것이다. 굳이 삼위일체를 들먹이지 않아도 바울신학에서 성령의 역할이 이렇게 무시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책에서 성령은 하나님의 다른 말처럼 표현될 뿐이다.

두번째로, 저자가 그리스도의 신앙과 그리스도의 몸을 연결시키는 지점에서, 바울을 비롯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하나님께 신실했던 ‘예수의 죽음’에 사로잡혔다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죽음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그들은 예수의 부활을 통해 그 신실함이 인정됐음에 사로잡혔다. 그들에게 있어서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몸’보다 더 중요한 상징은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상징이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 부활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예수를 믿는 자들 사이에서 그의 부활로 인한 흥분은 가라앉은 상태였고, 그들의 신앙은 예수의 죽음이 아니라 부활을 옷입고 형성되었다.

세번째로, 그냥 딴지 아닌 딴지인데, ‘그리스도의 몸’을 특성의 소유격으로 이해함으로써 믿는 자의 주체성을 강조한 것은 좋은데, ‘그리스도의 믿음’과 달리 ‘그리스도의 몸’에서 왜 그리스도는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ㅋㅋ

주제가 270여 페이지에 담기기에는 너무 방대한 것이 아닌가 생각은 들지만, 요즘 너무 두꺼운 책만 많이 나오는 중에서 읽을만한 책이 나와서 재밌게 열심히 읽었다. 바울신학을 연구하려는 이들에게 크로산의 ‘첫번째 바울의 복음’과 김진호 목사님의 ‘리부팅 바울’을 함께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새로운 바울 이해에 접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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