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가 전했을 첫번째 부활절

바티칸 사본

로 다른 이야기우리가 성경을 읽다보면 [ … ] 이렇게 생긴 기호로 둘러싸인 구절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기호들은 무슨 뜻일까요? 이런 기호가 있는 성경은 그 밑으로 내려가 보면 기호에 대한 설명들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써있지요.

“어떤 사본에는 ~, 어떤 고대 사본에는 ~”

이런 기호들은 본문비평이라는 학문의 영향으로 성경 가운데 들어온 것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성경은 원본이 없고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에 사람이 손으로 베껴 쓴 본문뿐입니다. 이것을 바로 ‘사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사본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런 사본들을 모아서 원문에 가깝게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런 학문을 사본학이라고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것이 원문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주석을 달아야 할 필요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것을 ‘이문’이라고 합니다. 즉, 다른 본문이라는 말이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마가복음의 부활기사에도 [ … ]마크가 있습니다. 9절부터 20절까지 둘러싸고 있는 이 부분에 대한 대한성서공회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사본에는 9-20절까지 없음

9-20절이 무슨 내용일까요? 바로 부활 이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는 장면입니다. 이런!! 부활 이후의 이야기가 없는 성경이라니!! 이건 이단이 분명합니다. 이런 걸 왜 굳이 성경에다 표시까지 하면서 실어 놓는 것일까요? 대한성서공회도 이단에게 물들어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진실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현재 신약성경을 번역하는 표준본문인 네슬알란 27판을 보겠습니다.

복잡하지요? 오호… 근데 여기에는 9-20절이 [[ … ]] 이렇게 두 개짜리 가로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헬라어 성경에서 [[ … ]]“분명히 원문이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허걱!! 이건 또 뭡니까? 더 나쁜 놈들이 여기 있네요. 이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본학적 설명과 함께 네슬알란 27판의 비평장치를 해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만 그걸 여기에 쓰기는 힘드니 넘어가지요.
문비평이라는 학문

에라스무스 ㅋㅋㅋ

본문비평이 발달하기 전인 16~17세기까지만 해도 이 본문은 성경에 당연히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에라스무스나 루터가 사용했던 헬라어 성경에도 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에라스무스가 처음 헬라어 성경을 펴낼 때는 가지고 사본이 몇 가지 안됐습니다. 12~13세기 즉, 1100년~1200년 정도에 수도원에서 필사된 헬라어 사본들이 주로 사용되었고 더 후대의 것들도 사용되었습니다. 게다가 계시록의 뒷부분은 헬라어 본문을 구할 수 없어서 라틴어에서 헬라어로 역번역을 해서 실었습니다. 이런 약간의 무리수를 둔 것은 당시에 헬라어 대조성경을 출판하려 준비하고 있던 히메네스 드 시스네로스보다 먼저 출판하려는 의도 때문이었습니다. -_-;;

그런데 문제는 17~18세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사본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이 녀석들은 3~4세기 즉 200~300년경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녀석들이었습니다. 엄청난 발견입니다. 사본의 나이를 무려 1000년 가까이 앞당겨 놓았으니까요? 그 중에 하나가 위에 있는 바티칸 사본과 시내사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초대의 사본에는 한결같이 마가복음 16장 9-20절이 없이 8절에서 마가복음이 끝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즉, 3-4세기 이후에 원래는 없던 본문을 누군가가 첨가했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9-20절이 원문에 없던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바로 짧은 엔딩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이야기의 끝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짧은 엔딩이라는 것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여자들이 베드로와 그의 친구들에게 가서 자기들이 부탁받은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전해주었다. 그 후에 예수님은 제자들을 통해서 거룩하고 영원한 구원의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하셨다.” (현대인의 성경 각주)

이렇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엔딩(8절에서 끝나는 엔딩, 한절 길이의 짧은 엔딩, 우리가 아는 긴 엔딩)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래 마가복음의 엔딩은 8절에서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필사하는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당혹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9-20절에 이르는 긴 이야기를, 어떤 사람은 한절 정도의 짧은 이야기를 마가복음의 마지막 부분에 적어놓은 것이 후에 필사 과정을 거치면서 본문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원문이 아님을 알고 있는 우리는 8절에서 끝나는 마가복음의 갑작스러운 엔딩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해하지 말아야 할 것

이야기를 끌어가기 전에 먼저 주의해야 하는 가정은 바로 마가가 부활의 사건을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활을 부정하기 위해 일부러 부활 이후의 이야기를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 후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우리들의 시각으로 마가를 제한하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서가 헷갈려서는 안 되겠지요. 마가가 원래 있던 것을 뺀 것이 아니라 마가는 원래 거기까지만 쓸 생각이었습니다. 후에 다른 사람들이 부가적인 이야기를 추가한 것이지요.

마가복음에 부활 이후의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곧 부활을 부정하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마가복음엔 분명 빈 무덤 사건에 대한 보고가 전해집니다. 그런데 마가의 마지막 장면은 조금 절망적이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자들이 놀라서 두려워하며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여자들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여기서 여자들이 아무 말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떤 비밀의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청자는 어떤 방식을 통해서건 그것이 결국 전해졌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이것을 아무도 전해주지 않았고 오직 마가만 알고 있던 것을 전해주는 것이라고 여긴다던지 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조점은 역시나 부활입니다. 그것이 실제 일어난 사건이건 아니건 마가가 이야기하려 한 것은 그 무덤이 비어있었고 예수가 다시 살아나서 갈릴리로 갔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자들로 하여금 놀라서 아무 말도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만큼 두려운 이야기였다.
수의 부활은 왜 두려움인가?

여기서 여자들이 예수의 부활 소식 앞에 두려워하고 있는 이유는 마가가 설명하는 예수의 죽음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이해할 때 제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복음서들과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가가 전하는 예수의 죽음은 다른 복음서들과는 달리 굉장히 참혹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흔히 가상7언이라고 하여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7마디의 말씀이라는 것은 대부분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의 꾀나 점잖으신 예수님이 하신 말씀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정작 마가복음의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말이라고는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라는 한마디 외침뿐이었습니다. 마태는 이런 마가의 기록들을 거의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만 전체 28장인 마태복음과 16장인 마가복음의 수난 기록이 거의 비슷한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다는 것은 마가가 자신의 복음서에서 수난 기사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음서의 수난기사 비교 (겟세마네부터 죽으심까지)

마태 95절  /  마가 81절  /  누가 81절  /  요한 77절

마가복음의 예수님은 스스로 십자가를 향해가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세상의 권력이 자신을 향해 뻗치는 손길 앞에 서 있을 뿐입니다. 마치 고난과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그냥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마가의 예수님은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1:15)를 전하시다가 하나님 나라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살해당하십니다. 그의 십자가는 구원을 위한 과정이기보다는 그의 삶의 결과입니다.

십자가형

우리는 여기서 로마의 십자가형이라는 것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던 형벌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복음서의 기록들은 예수의 좌편과 우편에 강도들과 함께 매달렸다고 적고 있지만 학자들은 이들이 당시 무장폭력독립운동을 주도하던 시카리파의 일원이었다는 것에 거의 이해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십자가형은 단순히 중죄를 지은 자에게 주어지는 형벌이 아니라 로마의 질서에 반대하는 자들을 본보기로 삼아 가장 참혹하게 죽이던 도구였습니다.


로마가
A.D 70년 예루살렘을 포위 공격할 때 로마 장군
디도(Titus)는 예루살렘 성전 밖에 십자가를 만들기 위해 사용할 나무를 다 쓸 때까지 하루에 500여 명씩 유대인들을 십자가에
못박아 사형에 처했다.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예수의 삶은 이처럼 세상의 나라를 대신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삶이었습니다. 그 나라는 폭력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죽었다는 것은 폭력이라는 세상의 법칙이 평화와 사랑이라는 하나님의 법칙을 이기고 승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예수는 그의 죽음을 통해서 세상의 법칙의 부당함을 드러냅니다. 예수의 십자가형을 집행하던 로마 백부장의 한마디가 바로 예수를 죽음으로 내몬 세상의 방식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드러내 줍니다.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막 15:39)

당시에 로마의 황제가 유일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칭송받고 그의 은혜와 그가 가져온 평화를 찬양하던 상황에서 이런 고백이 어떤 것을 의미했을지는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이처럼 예수의 죽음은 힘(폭력), 돈, 차별, 이기주의와 같은 세상의 법칙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세상의 정상성을 깨부수고 사랑, 나눔, 평등, 희생과 같은 하나님의 나라의 삶의 방식을 따르라고 촉구합니다. 그리고 예수의 부활은 세상이 정죄한 자를 하나님께서 살리심을 통해 세상의 승리를 대체하는 하나님의 승리를 통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릴리로 가요

여자들이 무덤에서 만난 청년은 예수께서 갈릴리로 가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수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갈릴리란 예수의 사역이 처음 시작한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십니다. 모든 것이 시작됐던 곳, 그곳으로 다시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거기서 예수의 이야기는 끝납니다. 갈릴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듣는 이들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예수의 삶과 다른 과정이나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의 부활은 그의 삶으로의 부르심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세상으로부터 당하는 고난과 죽음입니다. 그렇기에 여자들에게 예수의 부활의 소식은 두려움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마가는 열려있는 결말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얼마 전 한 독서모임에 참가해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주로 나온 말들은 “이 예수의 복음은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냥 믿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살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세상으로부터 당하는 미움과 조롱과 십자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이 옳다 말하는 것들을 향해서 아니라고 말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길은 두려움의 길입니다. 쉽게 말하고 쉽게 전할 수 있는 길이 아닌 오직 갈릴리로 가서 그 길을 다시 걸어 예루살렘의 언덕까지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2 Comments

  1. 핑백: seoulrain's me2DAY
  2. 정말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성경을 조금더 이해하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사야서에서는 고난의 주와 영광의 주의 내용이 나오지요^^
    고난의 주는 시대가 악해서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했을때의 예언이고
    영광의 주는 예수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과 헌신하며 마음과뜻과 목숨을다해 하나님과 주님을 사랑했을때 예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난의 주로 십자가에 달리셨지만, 그렇게라도 사람들의 죄를 담담히 지고가신 영광의 주로 남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죽음이 당연하다 여기지만…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제대로 모시고, 사랑하며 끝까지 모셨다면, 하다못해 민주적인 로마법정에서 몇사람이라도 그 재판은 잘못되었고, 다시 공정한 심사에 들어간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면 더 아름다운 구원의 역사가 펴졌을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예정의 역사로…
    이런예기하면 이단이라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은데
    님의 글을 읽고 저도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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