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5장

4장 마지막 부분에서 열왕기의 저자는 솔로몬의 지혜를 통해서 이방의 모든 나라들과 화평하게 되는 것을 묘사합니다. 그런데 5장으로 넘어오면서 그 “모든 나라”에서 제외된 한 나라가 나옵니다. 바로 히람이 다스리던 두로 지역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왜 열왕기의 저자는 히람의 이야기를 다른 나라들과 별개의 사건 처럼 다루고 있는걸까요?

그것은 열왕기에서 히람이란 사람이 갖는 역할을 살펴봄으로써 이해될 수 있습니다. 열왕기에서 히람은 성전 건축이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목재가 풍부한 레바논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고 벌목할 수 있는 기술과 건축기술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솔로몬은 그냥 돈만 대주는 사람처럼 비춰집니다.

왜 다른 나라들과 히람의 사건은 별개의 사건처럼 다뤄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히람의 이야기는 솔로몬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성전 건축에 관한 문맥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순서는 이 본문을 읽어나가는데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히람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본문을 읽으면서 우리는 한가지 의문을 갖게됩니다. 그 물음은 “히람은 왜 솔로몬에게 협조했는가?”하는 것입니다.

히람이 다스리던 두로지역은 여호수아가 아셀지파에게 유업으로 주었지만 방비가 튼튼하여 미쳐 몰아내지 못한 족속들이 살던 지역입니다.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이 그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함께 살았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당시 이스라엘가 단일 민족국가가 아닌 다민족국가였다는 점입니다. 이들 소수민족들은 이스라엘 민족의 노예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감당하며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살았습니다. 두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두로지역은 그 위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두로의 왕 히람은 열왕기 외에도 사무엘서에도 등장합니다. 다윗이 왕이 되자 히람은 다윗의 궁을 지어주기 위해 레바논의 백향목과 기술자들을 보내줍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재미있는 언급이 한가지 나옵니다.

두로왕 히람이 다윗에게 사절들과 백향목과 목수와 석수를 보내매 그들이 다윗을 위하여 집을 지으니 다윗이 여호와께서 자기를 세우사 이스라엘 왕으로 삼으신 것과 그의 백성 이스라엘을 위하여 그 나라를 높이신 것을 알았더라 (삼하 5:11~12)

우리는 앞에서 이미 다윗이 이스라엘과 유다를 통일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히람이 다윗과 화친을 맺은 후에야 이스라엘의 왕이 된 것을 확신했습니다. 이는 당시 풍부한 자원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소수민족의 수장역할을 하던 히람의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곧 그와의 화친 없이는 통일왕국의 안정을 보장할 수 없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런 히람이 다윗을 위해 왕궁을 지어주는 것은 곧 다윗의 실질적인 권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솔로몬이 왕위에 오르고 나서도 히람은 반드시 포섭해야할 필요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살던 소수민족을 통합하기 위해서 또한 성전 건축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스라엘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도 소수민족의 수장격인 히람은 꼭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히람을 이해시킬만한 무엇이 필요했습니다. 다윗의 강력한 군사력과 전장에서 떨친 명성같은 것 말입니다.

히람의 이야기가 4장의 주변국가들에 관한 이야기와는 별개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장과 4장의 사건들은 솔로몬의 지혜가 세상에 명성을 떨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5장에 나오는 히람의 이야기에서 열왕기의 저자는 솔로몬과 히람의 화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말씀대로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신 고로 히람과 솔로몬이 친목하여 두 사람이 함께 약조를 맺었더라 (왕상 5:12)

강력한 힘과 풍요로운 경제력을 가지고 있던 히람은 왜 솔로몬에게 협조했을까요? 무엇이 히람으로 하여금 솔로몬을 왕으로 인정하게 했을까요? 히람을 통해서 성전 건축을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솔로몬의 지혜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셔서 히람과 친목하게 하신 “하나님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주어를 혼동하여 부수적인 것들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주는 착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역사의 주인은 언제나 하나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히람의 이야기가 솔로몬의 지혜에 관한 언급들 뒤에 나오는 것은 바로 이
지혜가 이 성전 사건을 위해서 준비되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열왕기의 저자에게 있어서 솔로몬의 지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그 단락 전체가 성전 건축을 위한 배경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로몬의 지혜는 그 자체로써 선물이기 이전에 더 큰 역사를 위한
도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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