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글인가? 방구인가?

keyboard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어제 오늘 다시 생각해보았다.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한참 지났지만 방문객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인기없는 주제의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주기적으로 쓰지 않으니 그렇다고 변명도 하지만, 별로 그럴싸하지도 않은 변명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일까?
내 마음 속에 있는, 머리 속에 있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데, 그래서 가끔 사람들이 내 마음 속에 있는대로 안 읽어주면 화가 난다.
나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사용한 문장, 단어들이 쉽게 흘러가 버리는 것을 보면 난 뭐하러 이 글을 쓰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 블로그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창구이기보다는 독백에 가깝다.
머리 속에서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야할까?
나는 머릿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말하면서, 글을 쓰면서 생각이 조직화되고 정리가 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일단 말하기 전까지 내가 정확히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모른다.

일단 이 글도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사실 별다르게 쓸 내용은 없다.

어제 여자친구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줬다가, 내 글이 읽기 편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받았다.
그나마 꽤 쉽게 썼다고 생각했던 글이었는데…
사람들이 읽기 편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배우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닌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면서 글을 쓰는 것일까?

앞에서 말했듯 내 글은 독백에 가깝다.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 쓰는 글’이기보다는 ‘누군가 읽을지도 모르는 글’이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읽힐지도 모르는 글을 쓰다보니 읽히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님에도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다.
한동안 동성애 관련된 글을 몇편 쓰면서 내 글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있자니 요즘은 블로그에 댓글 알람이 떠있으면 심장이 덜컹한다.

지금 내 글은 사춘기 같다.

언젠가부터 쓰는 내용도 말투도 너무 조심스러워졌다.
이것저것 고려할 것이 많아졌고, 어른처럼 글 쓰려 노력한다.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나의 머릿속을 풀어내면서 혹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고민한다.
나의 글이 내 현실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 사회의 규칙에 맞게 살아가는데는 익숙하지 않다.
형식에 맞고 읽히기 쉬운 글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어른처럼 글쓰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탓이다.
차라리 그럴라면 어린아이들처럼 재기발랄하기라도 하던지…
페이스북의 소위 병맛스러운 드립들을 보고 있으면 부럽기가 한이 없다.

예전에 학교 앞에서 어떤 분이 나를 알아보신 적이 있다.
베땅이님 아니냐고… 아마 그 때 글 쓰는 게 살짝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것저것 가리고 제한하고 내 삶을 드러내지 않으려 꽤나 노력했다.
내 글이 글이 아닌 것 같은 글이 되어버린 것도 아마 그 때쯤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글을 잘 쓰려고 노력은 하겠으나 태생이 삐딱해서 앞으로도 얼마나 읽기 편한 글을 쓰게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차피 읽는 사람도 많이 없는 블로그, 쫌 덜 조심해보려고 한다.
글을 써놓고 올릴까 말까 고민하는 짓은 하지 말자.
댓글에 도망가지도 말자.
내 글이 현실에 영향을 줄까 고민하기보다는 내 현실과 동떨어진 글을 반성할 수 있는 마음이 있기를…

1 Comment

  1. 뭐 저야 그냥 별볼일 없는 독자이지만, 이곳의 글을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
    (주로 rss feed로 읽어서, 사실 이 site에 직접 들어오는 것은 더 띄엄띄엄 하긴 합니다.)

    감사드려요~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Content Protected Using Blog Protector By: Pc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