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도사 국무총리를 반대한다.

황교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군면제 문제도 그렇고 전관예우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그의 신앙 전력이다. 문창극 후보자로 인해 촉발된 국무총리 후보자의 신앙관 문제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하나님의 뜻’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황교안 후보자 역시 비슷한 종교편향 문제가 드러나면서 ‘제2의 문창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의 종교 편향성이 국무총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몇몇 뉴스에서 알려졌듯이 황교안 후보자는 수도침례신학교(야간)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수도침례신학교는 2006년 대전에 있는 침례신학대학과 통합된 침례교의 신학교육기관이다(참조: 네이버 백과사전 ‘수도침례신학교’). 요즘은 야간 신학교가 거의 없는데 예전엔 이런 과정이 있는 학교들이 종종 있었다. 흔히 목회자 양성을 위해서 총회에서 설립하는 총회신학교 같은 곳이라고 보면 적당하다. 이런 학교들은 주로 신학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현직 목사님들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된 교육 목적이 목회자 수급에 맞춰져 있다보니 정상적인 신학교육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쨌든 황교안 후보자 역시 이 학교를 졸업하고 목동의 한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낮에 일하고 밤에 신학공부를 하는 것이니 종교인으로서 그 열심을 1그램이라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목동에 있는 침례교회 사이트에는 교육전도사로 황 후보자가 등록되어 있으며 연락처도 공개되어 있다. 이미 대외적으로 공개된 연락처이지만, 실제 연락 가능한 연락처일 것 같아 개인정보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은 블러처리 했다(참조: 해당 교회 홈페이지).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향해 핸드폰번호를 공개해야 하는 것이 사역자의 삶이다. 글을 쓰고 있지만 참 거시기하다. 다시 사역을 시작하면 그 땐 핸드폰 번호를 두개로 나눠서 쓰던가 해야지…-_-;;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황교안 후보자가 정식적인 신학교육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의 신앙관이 올바른지를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직 교육전도사가 국무총리가 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것은 기독교인이 국무총리가 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교육전도사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교육전도사라는 명칭은 두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째, 기독교 교육학을 공부하고 교원자격을 획득하여 각 교회의 교육파트를 전담하는 전임전도사를 의미한다. 이런 부류의 교육전도사는 목사가 된 후 교육목사로서 일하게 된다. 교회학교나 평신도 교육 등 교육파트에 특화된 사역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의미로 교육전도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황 후보자 역시 잘은 모르지만 그 삶의 궤적을 보았을 때 교원자격을 취득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조금 더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교육전도사’의 의미는 신학교 혹은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목회학 석사(M.div)과정을 거치지 않은 혹은 거치는 중인 파트타임 사역자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대학 4년, 신대원 2-3년 여기에 인턴 혹은 전임 경력이라고 하는 것이 2-4년 정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목사고시를 일정점수 이상을 획득하여 패스하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보통 신대원을 졸업하고 목사고시를 보며(몇년에 나눠보기도 함) 목사안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준목, 강도사, 전임전도사 등으로 부른다. 하지만 신대원 재학시절까지는 학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임사역을 할 수 없고 교회의 보조를 받으며 파트타임 사역을 하개 된다. 이들이 교육전도사 즉, ‘교육 중에 있는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교단에 따라 목사안수에 대학원 학위가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고 어떤 교단은 이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목회자 후보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쨌든 황후보자도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봉사하고 있으니 교육전도사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전도사라는 것이 자기 직업을 가지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종교생활을 취미로 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전도사란 엄연히 목회자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아직 그 신학교육이나 목회적 소양이 미천하긴 하지만 엄연히 그 삶이 목사가 되고자 하는 방향성을 띄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교육전도사라고 모두 목사가 되는 것은 아니고 목회자가 다른 일을 병행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목사는 신성한 성직이라는 미친 소리를 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그가 현직 ‘종교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국가가 아니라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국가의 국무총리 후보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만약에 대통령이 승려가 되려고 불법을 배우고 머리를 깍은 사람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면? 안 봐도 비디오다. 아마도 지금쯤 소위 큰교회 목사님들을 필두로 수많은 교인들이 우리나라를 불교 국가로 만들 셈이냐며 거리로 나섰을 것이다. 물론 승려가 국무총리가 된다고 그가 종교편향적인 행정을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그야말로 짐작일 뿐이다. 하지만 일반 불신자가 아니라 승려가 국무총리가 된다는 상상이 보수적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에게 불편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종교인이기 때문이다. 종교인이란 적어도 그 종교의 가치에 헌신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을 의미한다.

이것은 실제 그 사람이 종교적 편향을 가졌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정체성이 다른 종교로 하여금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신분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나마 종교적으로 개방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내가 조계종 사무국장으로 부임한다면 불교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것은 실제 내가 기독교 신앙으로 조계종을 정복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가 나의 신분을 불안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국무총리는 조계종이 아니니 괜찮다고 해야할까? 국무총리는 종교 문제에서 철저한 중립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총리도 개인적 신앙이 있을 수 있고 어느 정도 편향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종교를 업으로 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것은 다종교 국가를 사는 현대인이 가져야할 이웃종교에 대한 예의의 문제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황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 적절치 못한 판단이라는 말이다.

어떤 분은 황 후보자를 통해 대통령을 하면서도 교회학교 교사를 열심히 했다는 미국 대통령의 미담을 재현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종교 비율부터 다르며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는 다수 종교가 아니다. 그런 사회 속에서 굳이 현직 종교 종사자를 국무총리로 지목하는 것은 국민통합의 길이 아니라 불안과 대립을 증가시키는 길이다. 그의 신앙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를 떠나 황 후보자의 국무총리 지명은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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