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나님의 성전인가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가?

몇일 전에 블로그에 쓴 글에서 이런 내용을 썼다. 고린도후서에서 바울이 사용하는 ‘우리’라는 단어가 바울과 고린도교회를 ‘우리’와 ‘여러분’으로 구분하는 용어라고 말이다(http://yaong2.com/bc/archives/4769). 그런데 쫌 더 읽다보니 갑자기 이런 본문이 등장했다.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떻게 일치하겠습니까? 우리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성전입니다(‭고린도후서‬ ‭6‬:‭16‬).

이건 문맥상 아무리 삐딱하게 볼라고 해도 볼 수가 없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이 이 편지의 수신자와 동질감을 나타내는 용어처럼 보인다. 적어도 여기서는 ‘우리’에 고린도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놔… 또 헛소리 했구만…’ 여기서 1차 실망.
이런 생각이 들 때 쯤, 새번역 성경에 달려있는 각주가 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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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이게 뭐시냐… 여기서 1차 소름.
바로 원문 확인 들어가신다. 역시나 6:16절에 있는 ημεις(우리)에 각주표시 있다. 그럼 이제 비평장치를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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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네가지로 나타나는 이문 가운데 υμεις(여러분)로 쓰여진 사본들이 두가지 있다. υμεις로 쓰여진 사본도 꽤 있다. 하지만 가장 오래 된 대문자 사본인 사해사본(א)과 바티칸 사본(B)이 모두 ημεις를 지지 한다. 심지어 서방사본 계열인 베자사본(D)까지 ημεις를 지지한다. 일단 4세기 사본인 사해사본과 바티칸사본 등이 버티고 있는 ημεις의 외적 증거가 우수하다고 하겠다. 사해사본과 베자사본의 2차 수정자들이 ημεις를 υμεις로 수정한 흔적이 있지만 각 사본의 원독법보다 후대의 증거이다보니 사본적 증거의 가치는 여전히 ημεις가 앞선다고 하겠다. 네슬알란트가 ημεις를 선택한 것이 납득이 가는 순간이다. 여기서 2차 실망.

그냥 다른 독법이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싶을 때 쯤… 그분이 나타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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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 46번, 체스터베티 파피루스가 υμεις를 지지한다. 여기서 2차 소름….
체스터베티 파피루스는 약 200년 경 쓰여진 파피루스다. 대문자 사본 증거에서는 ημεις가 앞서지만 46번 파피루스의 존재는 시내사본이나 바티칸사본보다 이른 시기에 υμεις 본문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시내사본과 베자사본의 두번째 수정자의 수정 내용도 덩달아 힘을 얻는다. 그들이 더 원본에 가까운 본문을 보고 틀린 것을 고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래됐다고 무조건 원문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외적 증거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차이가 굉장히 이른 시기에 처음 새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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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적증거가 대등할 때는 내적증거를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내적증거 판단도 쉽지가 않다. 부자연스러운 문맥을 자연스럽게 바꾼 것이 후대의 작업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 부분에서 ημεις와 υμεις의 자연스러움은 필사자가 앞에 있는 본문들을 어떻게 읽어왔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문맥의 문제를 제외하고 본다면 ‘우리’라고 쓰여진 것을 ‘너희’라고 바꾸는 것은 쉽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반면 ‘너희’라고 쓰여진 것을 ‘우리’라고 바꾸는 것은 가능해보인다. 특히나 본문이 ‘~가 하나님의 성전이다’라는 선언처럼 보이기 때문에 ‘은혜롭게 읽으려는’ 묵상적 읽기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건 앞에 글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바울의 자기 서술을 자꾸 독자 자신과 일치시켜 해석하려는 읽기 방법을 말한다. 이런 신앙적 열심을 가진 필사자가 앞부분부터 꾸준히 ‘우리’에 자신을 포함시켜 읽어오다가 이 본문을 보고 ‘여러분’을 잘못 기록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우리’로 바꿔썼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하기엔 네슬알란트의 판단과는 달리 υμεις가 원문에 가까운 본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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