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11장 11절의 ‘그러나’를 어떻게 이해할까?

누가복음의 팔복병행구의 헬라어를 살펴보던 중 네가지 복과 네가지의 저주를 나누는 접속사로 Πλην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아… 이거 어디서 봤더라…? 아!!! 고린도전서 11장 11절!!!

고전 11장에서 바울은 앞3절부터 나오는 머리 어쩌고 하면서 늘어놓던 이야기를 디스하면서 11절에서 이 접속사를 쓴다. 나는 11절에서 바울이 디스하고 있는 앞부분의 내용이 ‘고린도 교회 내에서 여성을 억압하던 이들’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에 이런 얘기를 했더니 어떤 분이 ‘앞부분에서 바울이 타인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는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주셨다.

뭐 지금껏 인용을 주장하던 이들이 못푼 문제이기도 하고 내 생각도 완전한 해답이라 보긴 힘들지만, 인용의 흔적이 없는 것은 바울이 그것을 자신의 의견처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울은 그 견해에 실제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동시에 바울은 여성들의 복장 문제도 원만하게 해결하기 원한다. 그래서 바울은 Πλην이라는 접속사를 사용한다. 이것은 앞에 있는 내용을 부정하는 ‘그러나’이기보다는 논의를 환기시키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기 위한 ‘그러나’이다. BDAG는 Πλην의 의미 가운데 이런 의미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breaking off a discussion and emphasizing what is important

바울은 여인들을 억압하는 이들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길 원한다. 하지만 바울이 고전 11장에서 하려고 하는 말의 강조점은 11절 이후에 나오는 여성 옹호적인 발언들이다. 바울은 Πλην이러는 접속사를 통해 앞에서 자신이 긍정했던 내용이 전부가 아니며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말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교리적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정치적인 수사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 뒤에 내용을 바울이 어떻게 풀어가는지는 나중에 더 자세히 쓸테지만, 어쨌든 11절 이전에 나오는 남성중심적 서술을 곧이 곧대로 이해하면 11절 이후의 강조점을 놓치게 된다.

근데 누가복음 읽다가 왜 갑자기 고린도전서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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