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책읽기 [8] 유혹하는 글쓰기 _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금년에 독서목록을 만들면서 목표 중에 하나가 신학 책 외에 다른 책들을 읽자는 것, 두번째는 여자친구가 읽는 책들을 같이 읽자는 것이었다. 서로 비슷한 책을 읽으면 공유할 수 있는 영역도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책은 내가 어떤 책을 읽었으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자기 책 중에 가장 먼저 추천해줬던 몇 권 가운데 한 권이다. 책입(열린책들에서 펴낸 편집 메뉴얼에 책의 우측면을 이렇게 부르라고 되어 있었다)에 빨갛고 노란 포스트잍들이 잔뜩 붙어 있는 것이 여자친구가 얼마나 이 책을 정성들여 읽었는지를 알게 해줬다. 자연스럽게 여자친구가 포스트잍을 붙여 놓은 페이지에는 더 눈길이 갔고, 그녀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살펴보고 상상해보는 것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였다.

글쓰기 책을 몇권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 책은 글쓰기 책이라기보다는 작가됨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앞부분에 저자의 이력서라는 제목으로 어린 시절부터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성격이 전문적인 글쓰기 관련 서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저자 역시 이 책이 전문적인 글쓰기 책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더 전문적인 것이 필요하면 다른 책을 보라고 책까지 추천해주는 친절함이라니… 책을 읽고 한참 지나서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기억에 남는 글쓰기 테크닉이라면 수동태를 쓰지 말라는 것과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 하지 말라는 것 정도다. 그외에 조언들은 대부분 소설을 쓰는 이들에게 맞춰진 것이라 나 같은 이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아… 문을 닫고 쓰는 것과 열고 쓰는 것… 좋은 내용인데 실천하긴 힘들 것 같다.

정작 이 책의 장점은 글쓰기보다는 글 쓰는 사람에게서 오는 것 같았다.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그의 인생론은 앞에서 말했던 글쓰기 테크닉을 무색하게 만드는 글쓰기 자체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글쓰기를 통해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저자의 자세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 극복의 결과물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끝없이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이런 사람이라야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소설이나 에세이를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대중적인 작가의 번역본을 읽다보면 부딫히는 문제가 하나 있음을 알고 있다. 바로 그가 사용하는 비유를 도무지 알아먹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피터 게더스의 책들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그가 사용하는 영화나 TV프로그램 같은 비유들은 나에게는 외계어같은 것이었다. 이 책도 읽다보면 알아먹지 못할 비유나 설명들이 등장한다. 난 이런 것이 어렵다.

그리고 영어 글을 읽다보면 등장하는 – 이런 표시들 – 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잘 흘러가는 글에 끼워넣은 듯한 이런 표현이 우리말에서는 꽤 어색한 것 같은데 번역자는 이런 삽입구를 거의 그대로 살렸다. 괄호, 쉽표, 대쉬 등을 이용해 흘러가는 글 중간중간에 삽입구를 끼워넣는데, 유혹하는 글쓰기에 관한 글이지만 유혹되려고 하면 툭, 유혹될만 하면 툭, 하고 맥락을 끊어놔서 뭔가 집중하고 읽기가 힘들었다. 뭐 쫌 더 다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이 큰 어려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난 책을 굉장히 느리게 읽는 편이라 이런 삽입구는 그다지 반갑지가 않다.

결론적으로 글쓰기에 실제적인 조언을 얻고 싶은 분이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주변에 글쟁이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긴 하다. 글쓰기 책보다는 한편의 에세이로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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