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8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오늘 문득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라는 글을 읽었다.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문득 이 시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가려 했던 바보같은 기억들이 머리를 스친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지난 기억이 되어버린 사랑 같은 것은 나에게 사치라고 생각했던 때…
그리고 나에게 그런 짐을 안겨주는 것 같았던 가족이라는 굴레를 원망했던 일…
이젠 그러지 않지만 많이 많이 아파했던 날들의 기억…

그 모든 것이 내게 주어진 숙명이기 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댓가인 듯 해서 그럭저럭 맘의 짐을 더는 듯..

그리고 다시한번 도망갈 방법을 잃어버리게 만든 지금의 내 사람에게 감사…
이 삶이 나에게만 주어진 숙명같은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함께 치뤄야할 댓가라면…
그따위 것에 도망치지 않으리라.
이 땅의 가치를 넘어서는 하늘의 삶이 내 안에 가득하길…

주여 나를 도우소서.
주여 오늘 나로 세상을 이기는 당신의 구원을 살아가게 하소서.
88만원 세대를 사는 이 시대에 당신의 가치는 더 큰 것임을 알게 하소서.

주여 나를 지키소서.
어쩌면 지금껏 살아온 나의 가난이라는 삶이 이 순간을 넘어가게 할 당신이 주시는 힘이 될지도…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Content Protected Using Blog Protector By: Pc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