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책읽기 [6]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_ 피터 게더스

Cat in probanse[파리에 간 고양이]를 출판사에 맡긴 후 한가롭게 노튼과 늦잠을 자던 어느날, 게더스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영화 스크림에 등장하는 살인마 같은 출판사 편집장의 목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이봐! 이 책 괜찮은데!! 속편을 써볼 생각 없나?”

이런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양이 노튼에 관한 두번째 책은 편집자의 성화에 못이겨 쓰게 된 속편 같기 때문이다. 전작의 히트에 힘입어 뭔가를 더 쓰긴 해야겠는데…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생활툰처럼 몇컷 안에 끝나는 것이라면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쭈~ㄱ 늘어놓겠지만, 단행본이라는게 아무래도 일관된 맥락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보니, 뭔가 대단한 이벤트 하나를 만들긴 해야겠고, 그러다 문득! 고양이 데리고 프로방스에나 가서 살아볼까? 뭐 이런 사연에서 태어난 책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고양이 키우는 얘기 하다가 갑자기 프로방스 여행기라니…

고양이 노튼의 매력에 푹 빠져서 두번째 책을 집어든 사람은 1/3쯤 지나면 백퍼센트 실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주인공은 고양이 노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프로방스에 도착하는 순간 노튼은 이야기 속에서 사라졌다. 이 책은 노튼처럼 살고 싶었던 게더스가 지루한 일상을 떠나 프랑스 남부에 가서 1년 동안 살면서 찾아다닌 식당 이야기이다. 앞 부분에 노튼이 가출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프로방스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면서 이 책에서 지루하게 반복되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차를 타고 갔다.
식당에서 먹었다.
노튼도 좋아하는 거 같았다.
차를 타고 갔다.
호텔에서 먹었다.
먹었다…. 먹었다…. 먹었다.

1980년대 판 맛집 블로그(?) 정도의 느낌이랄까? 게다가 사진도 없고 음식에 대한 자세한 묘사도 없는…. 레스토랑 구조에 대한 설명만 가득한 블로그이다. 번역자도 이 지점부터 이야기를 옮기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물론 이야기가 지루해서가 아니라 좁은 책상에 앉아 프랑스의 기막힌 음식들을 우리말로 묘사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모든 것을 순전히 저자의 말빨 하나로 풀어낸다. 상상하며 읽으면 남프랑스의 오래된 성곽과 그 안에 자리잡은 근사한 레스토랑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사실 그렇지도 않다), 고양이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중반 이후의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읽는데 고역이다. 아무리 여행기라고 하지만, 너무 먹는 것만 나온다.

무엇보다 고양이 이야기가 줄어들면서 이 책의 단점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지루함을 더했다. 전편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노튼의 사랑스러움에 가려졌던 이 책의 단점 가운데 하나는, 80년대 혹은 그 이전에 알려진 미국 영화나 드라마의 등장인물 대한 언급이 너무 많아 번역자와 편집자의 노력만으로 극복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방송작가 겸 작가인 저자의 직업병 때문인지, 도무지 알지도 못하는 드라마나 영화속 인물들을 들어가며 사람과 상황들을 설명한다. 과도하게 친절한 편집자와 번역자가 하나하나 각주를 달아서 어떤 작품에 나오는 어떤 인물인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문제는 아무리 친절히 설명해줘도 난 80년대 미국에서 방영되었을 그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프로방스로 출발하기 전까지의 사인회라던가 노튼 실종사건은 꽤 재밌다. [파리에 간 고양이]가 출판되는 이야기, 사람들의 반응 같은 것들은 전편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재미있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전편의 향수가 많이 남아있는 앞부분에서 저자의 능글능글한 농담도 여전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프랑스 성의 구조와 음식점에 대한 능글능글한 농담 섞인 설명을 들으며 결혼엔 관심없는 중년 미국 남성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리는 취미가 있는 분이 아니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게더스는 아마도 이 책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론에서 스스로 고양이에 관한 책은 이것이 마지막일거라고 말한다. 이 책이 계약에 의해 강제로 쓰여진 책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더해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또 다른 고양이 책은 이미 출판되었고, 감사하게도 이미 내 책장에 꽂혀있다. 비록 슬픈 이야기겠지만, 다시 고양이가 주인공일 것 같다는 예감은 이 책이 깍아먹은만큼의 기대감을 회복시켜 준다. 제발 3권에선 사랑스러운 고양이 노튼이 다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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