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책읽기 [5] 파리에 간 고양이_ 피터 게더스

2014-05처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전적으로 사이즈와 디자인 때문이었다. 교보 에세이 코너를 돌아다니다가 보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해!’라는 내적인 음성과 함께 내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나중에 내 개인의 책을 낸다면, 꼭 이런 크기에 이런 종이질 그리고 이 정도의 무게로 내고 싶다는 생각에 내용은 보지도 않고 서점에서 낼름 주워왔다. 일반적인  책의 2/3정도 되는 크기 덕분에 한손에 쏙 들어오고 가벼웠다. 사실 우리나라 책들은 도무지 들고 다니고 싶은 맛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페이퍼백이나 일본의 문고본 같은 경우는 정말이지 내용이랑 관계없이 하나 사서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지만, 우리나라 책들은 도무지 그런 충동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충동을 확실히 뽑뿌질 해주는 책이었다. 디자인 때문에 책을 사다니… ㅋ

여자친구는 겉표지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 일러스트를 맘에 들어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일러스트 디자이너인 스노우캣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 고양이 하나는 정말 잘 그린다. 잘 그린다는 말보다는 사랑스럽게 그린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영어 원작에는 주인공 고양이인 노튼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다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우리나라 디자인이 훨씬 괜찮다고 생각한다. ㅋ

책의 기본적인 내용은 게더스라는 남자가 귀가 접힌 회색의 스코티쉬폴드 고양이 한마리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책 속에 나오는 소제목들은 대충 이런 식이다.

1_ 파리에 간 고양이 이전시대
2_ 뉴욕에 온 고양이
3_ 파이어아일랜드에 간 고양이
4_ 통근하는 고양이
5_ 캘리포니아에 간 고양이
6_ 데이트에 나간 고양이
7_ 파리에 간 고양이
8_ 사랑에 빠진 고양이
9_ 로스앤젤레스에 간 고양이

cat in paris
겉표지와 책 사이즈에 반해버렸다.

사랑을 모르는 남자가 스코티시폴드 고양이를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에 마음을 열어간다는 기본적인 틀 위에, 방송작가이자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의 능글능글한 유머 코드가 섞인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다보니 읽는 내내 지루하지가 않다. 가끔씩 웃음을 참지 못할만큼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한다.

사실 이 책에서 노튼이 하는 역할은 거의 없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게더스가 마치 노튼을 사람처럼 묘사하고 있긴 하지만, 그의 미사어구들을 걷어내고 보면 노튼은 그냥 그 자리에 얌전하게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이 고양이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랑받고 반대로 그를 사랑하도록 사람의 마음을 열어젖힌다. 게더스의 말처럼 고양이는 원래 그러라고 있는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노튼을 통해 게더스와 그의 친구들, 가족들의 행동과 삶이 변화되는 모습은 읽으면서도 왼쪽 가슴 2/3 지점이 따뜻해지는 그런 장면들이다.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게더스라는 망나니(게더스가 설마 이 글을 읽진 않겠지? 한국말을 할리도 없고…)가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가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보니 읽는 내내 그 고양이 노튼에게 내 여자친구가 투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내 여자친구도 마치 노튼처럼 나에게 왔다. 행운처럼 다가와서 그 존재만으로 사랑하게 하고 더불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다른 이들도 이런 내 마음에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장면장면 노튼의 행동과 게더스의 심정에 나와 내 여자친구의 모습들을 대입하며 읽는 즐거움도 있었다. 반전이라면 노튼이 수컷이라는 것 정도?

1권을 읽으면서 이야기에 푹빠져 3권까지 몽땅 구입해서 지금 2권을 읽고 있다. 2권까지 읽고 3권은 나중에 읽을 생각이다. 이 귀여운 고양이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 읽고나면 누구나 스코티쉬 폴드 한 마리 키워볼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읽어보면 연애하고 싶을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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