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의 신학펀치 2화 리뷰

신학펀치

요즘 CBS에서 괜찮은 기획을 많이 한다. 물론 기존 방송 포멧의 변형판처럼 보이긴 하지만, 한국 기독교 방송문화에서 지금껏 시도해보지 못한 포멧이라는데 의미도 재미도 있다고 하겠다. 티저를 보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던 터라 첫화부터 리뷰를 하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블로그에는 2화를 리뷰하게 됐다(페이스북에 남겼던 1화 리뷰는 맨 마지막에 옮겨 놓겠다).

1. 포멧

일단 이 방송의 기본 포멧은 JTBC의 [썰전]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엄연히 비슷하다. 누가봐도 비슷하다. 아니, 대놓고 비슷하다. 심지어 배경을 암전처리 한 것까지 똑같다. 여기서 두 프로그램이 관계가 없다고 하면 그게 양심이 없는 것이 아닐까? 물론 여기서 포멧의 독창성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차피 비슷한 포멧은 돌고 도는 것이 예능판이니…

썰전

기본적으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두 프로그램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썰전에서 함께 등장하는 소위 정치인들보다 김구라의 캐릭터가 사실상 [썰전]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듯이 [낸시랭의 신학펀치] 역시 함께 나오는 신학자들보다는 낸시랭이라는 캐릭터가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이 프로그램이 SNS에서 화재가 됐던 것도 신앙 혹은 신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낸시랭이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 말은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있어서 낸시랭에 대한 기대가 꽤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고,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낸시랭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해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렸다는 말도 된다.

2. 낸시랭

낸시랭그럼 낸시랭은 주어진만큼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낸시랭의 캐릭터가 김구라라는 캐릭터와 비교되는 지점을 말해보자. 김구라 같은 경우는 뒤에서 남 욕하는 캐릭터가 아직 강하기 때문에 정치 뒷담화같은 프로그램 포멧과 잘 어울리고 있다. 더군다나 어느정도 사전지식도 가지고 있는지라 두명의 정치인 사이에서 나름 잘 조율을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낸시랭은 애초에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4차원 행위예술가에다가 코코샤넬이라며 인형을 어깨에 얹고 다니는, 그야말로 엉뚱함의 아이콘이 아니던가? 그런 낸시랭의 캐릭터는 애초에 썰전과 같은 포멧을 가지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낸시랭이 캐릭터를 상실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포멧이 가진 힘을 반감시키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본래 기획은 거침없이 질문할 수 있는 컨셉으로 낸시랭의 캐릭터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내 생각엔 기획에서 살짝 어긋나는 지점을 캐치하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요점을 찍어서 거침없이 질문하는 김구라의 독설 캐릭터와는 달리 낸시랭은 맥락없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이 매력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질문과 대답의 설정으로는 낸시랭의 매력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그런 캐릭터는 그녀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다. 그런 의미에서 1화에서 낸시랭의 “성경을 번역했으면 번역한 사람이 대빵인가요?” 같은 질문은 번역의 권위 문제와 더불어서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낸시랭다운 신선한 포멧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질문은 살포시 무시되어 버렸다. 프로그램 포멧이 ‘신학수다’임에도 아직 대답하는 이들의 권위가 너무 강하고 김구라처럼 그 전문성을 인정해주면서도 불필요한 권위를 깔끔히 무시하기엔 낸시랭이 너무 주눅들어 있다. 그렇기때문에 2화에서 김학철 교수가 낸시랭에게 “사도행전 읽어보셨어요?” 같은 질문은 별로 긍정적이지 못하다. 이런 설정은 시청자로 하여금 질문자에게 공감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도행전도 안읽어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테니까. 그러니 방송 댓글에 “낸시랭은 성경 좀 더 읽어야겠다”는 비난이 따라오는 것이다. 이런 진행방식은 프로그램이 스스로 자폭하는 길이다.

나는 신학자의 공식 밖에 있는 질문들을 통해 전형적인 대답의 틀 속에 있는 신학자들을 당황시키는 것이 낸시랭의 역할일 것이라 생각한다. 신학자들을 대단하신 교수님들로 모시며 배울 생각을 하기보다는 세상물정 모르는 목사 아저씨들에게 일반인들의 말을 가르친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맞다. 낸시랭이라는 캐릭터가 혹 있을지 모를 신앙적 비난에서 꽤나 자유로워보이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낸시랭만한 캐스팅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낸시랭의 캐릭터를 살리고 싶다면 제작진의 방향이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다.

3. 신학자

무엇보다 함께 등장하는 두 명의 교수들을 보면 제작진이 추구하는 프로그램의 방향이 무엇인지 너무 분명하다. 권연경 교수님은 현재 숭실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바울을 전공한 신약학자이고, 김학철 교수님은 연세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마태복음을 전공한 신약학자이다.  여기서 썰전과 갈리는 지점이 드러나는데, 썰전은 기본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정치적인 내용이다보니 정치적 이슈에서 갈등의 대상이 되는 진보와 보수의 두 인물을 데려다놓고 김구라가 중제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양편의 입장을 함께 들으면서 때로 김구라가 질문을 하는 포멧은 어려운 정치 이슈를 ‘정확하진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포멧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신학펀치]에 등장하는 두명의 신학자는 사실상 큰 맥락에서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신학자들이다. 왜 두명이어야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문제는 [썰전]과는 달리 시청자들이 두 사람이 어떤 지점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신학이라는 것이 꽤나 영역이 넓다. 성서학은 조직신학, 실천신학, 기독교 윤리학 같은 여러가지 신학 분야 가운데 하나이며, 그 가운데도 두 사람은 신약학을 다루는 신약학자이다. 2화에서 나왔던 바울신학의 구원론 같은 특정 주제를 제외하고는 두 사람의 견해가 맞서기 힘들다. 그렇다면 왜 굳이 둘이어야 했는가? 신학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조직신학자가 들어가 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고, 구약학자가 들어가 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왜 굳이 신약학자 두명으로 패널을 구성했을까? 둘 밖에 오케이 한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차라리 마녀사냥의 허지웅처럼 말빨좋은 일반인을 데려다 놓는 것은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연세대나 숭실대는 그나마 교단의 색깔에서 자유로운 학교들이다. 이 학교들이 진보적 노선을 취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교회의 대부분의 신학적 노선을 대표하는 교단 신학교에 비한다면 분명 진보적인 색깔을 띄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정말 썰전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거였으면, 한명의 패널은 보수적인 교단의 신학자를 섭외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쪽 아저씨들이 이런 포멧을 별로 안좋아 하시긴 하지만…) 아니면 적어도 구약학자나 조직신학자를 데려다 앉혔다면 쫌 더 넓은 프레임에서 그 차이점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을까? 나도 신약학을 전공하지만, 프로그램이 이런 구도로 진행되는 것은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기독론 중심의 ‘성서우선주의’라는 문제의 반대면일 뿐이다. 물론 두 사람의 견해가 달랐기 때문에 벌어진 논쟁이지만 2화에서 마치 권연경 교수님이 보수 신앙을 대변하는 입장처럼 대결구도가 형성된 것은 쫌 황당하다. 다시 물어야 한다. 왜 두명인가?

사실 이런 비슷한 스탠스에 선 두 사람이 서로 논쟁을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공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진행자인 낸시랭 역시 그 차이를 알지 못하고 단기적인 방송컨텐츠를 통해 알아야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다. 시청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하기엔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대답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그런 개방성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꾸 수다가 아니라 설교나 강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하는 재미도 없다. 방송에서 다루기에, 바울 신학과 기독교 신앙에서 구원이라는 것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적 맥락에 있는지 아니면 개인구원의 확장인지의 문제는 일반 성도들이 삶에서 느끼는 질문들과는 꽤나 괴리 된 신학자들의 배설물일 뿐이다.

주제는 정해놓고 자꾸 그 물음 자체를 문제 삼는 김학철 교수님의 답변들은 분명 맞는 말이지만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1화 때도 그랬지만, 그래서 30분동안 무슨 얘길 했는지 모르겠다. 김구라 같은 진행력을 기대할 수 없지만, 어쨌든 방송이니… 시청자에게 눈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낸시랭의 진행능력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제작진 스스로가 편집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해나가는 방향을 구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4. 총평

아직은 1화가 방송 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3화부터는 조금 더 발전된 포멧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선한 기획이고 낸시랭이라는 꽤 괜찮은 캐릭터를 섭외했으니 앞으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신학이라는 오타쿠적 학문이 쫌 더 대중화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런 접근들을 통해서 기독교에 대한 괜찮은(?) 변증이 이뤄진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신학자들이 너무 고압적이고, 낸시랭은 과도하게 주눅들어 있다. 제작진은 아직 [썰전]과 이 프로그램을 구분할 수 있는 키를 찾지 못한 것 같다(일단 세트부터 바꾸시라).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생각보다 낸시랭의 질문들이 쉽게 넘길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 신학자분들은 자기가 준비한 대답 말고 질문자의 질문에 쫌 더 귀 기울이시길… 그리고 두 분이 서로 논쟁한다고 여당 야당 싸우는 것처럼 재미있지 않으니 그런 펀치들은 자제하시길… 페북에 올렸던 1화 후기를 밑에 옮기면서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낸시랭의 신학펀치 1편 간단 후기

1. 낸시랭의 분량이 너무 작다(학자들 대답이 너무 늘어진다). 쫌 더 적극적으로 끼어들면 좋겠다.
2. 신학자들의 외계어를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싶은 마음에 속이 터졌다. 초반에 질문과 관계 없이 자기 하고 싶은 얘기 하는데, 속 터진다.
3. 성경의 오류 문제를 예술과 자꾸 연결시키는 김학철 교수님의 접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에 대한 낸시랭의 질문은 충분히 의미가 있음에도 너무 가볍게 다뤄졌다.
4. 권연경 교수님 너무 늙어보이심. -_-;;
5. 무엇보다 학자들이 질문자의 질문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낸시랭의 신학펀치 2화 : 세종대왕은 지옥에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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