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로멘틱코미디가 아닙니다. [어바웃타임]

about time

애초에 러브액츄얼리와 노팅힐 제작진이라길래 달달한 로멘틱 코메디일 것이라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절대로 로코물이 아니다. 로코물을 기대하고 본다면 중반 이후부터 영화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처음에 영화 정보를 찾다가 어떤 사람이 영화가 뭔가 터질듯 터질듯 터지지 않고 지루하다는 평을 했던 게 기억난다. 근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 지루함이라는 느낌이 어떤 이유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것 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로코물이 아니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것은 시간에 대한(about Time) 영화다. 예고편 만드는 사람도 너무 로코스러운 장면들로만 도배를 해 놓은 것이 찔렸는지 커다란 글씨로  about Life, about Time이라고 써놓았다. ㅋ 그러니 로코라고 착각하지 말자!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이 글은 영화 참 좋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그리고 그 좋다는 것에는 어느정도의 로코스러움도 포함된다. 또 반대로 뻔한 로코물이 아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주된 주제는 시간여행이지만 타임머신이나 타임리프 류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심각함은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논리적으로 조금 허술한듯한 느낌도 든다. 물론 시간여행을 마냥 허용하지 않는 나비효과같은 장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보다 영화의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것이다. 시간은 되돌이킬 수 없지만, 만약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한번 사는 인생이라는 진리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기에 지나간 인생에는 언제나 후회라는 것이 남는다. 특히나 그것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면 더 그럴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그런 생각이 다 쓸데 없다는 식의 부정은 하지 않는다. [나비효과]에서 보는 그런 시니컬함이 이 영화에는 없다. 주인공도 중요한 순간 시간을 돌려 자신이 놓칠뻔한 운명을 되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한 장면은 지금껏 보아오던 시간 여행 영화들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시간여행을 하게 된 주인공에게 새롭게 주어진 하루를 살 때 이전과 다르게 살지 말고 다시 한번 똑같은 하루를 살아보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도 인생을 다시 살 수 없는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상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간 어제가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오늘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르다. 오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고 있을까? 이 오늘은 내일은 어제가 될텐데, 모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즉, 전혀 후회가 없는 삶을 살 수는 없다. [백투더퓨쳐]의 맥플라이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내고 죽음까지 뛰어넘는 일은 없다. 반면 불만스러운 시간들을 되돌린다고 그 시간이 당연한 행복으로 우리에게 돌아오지도 않는다. [나비효과]의 시니컬함도 인정하고 넘어가자. 그렇다고 인간의 모든 인생을 [if only]처럼 하루에 압축해놓을 수도 없다. 우리는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내 인생을 얼마나 제대로 살고 있나?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이런 이야기들 중 어느 하나의 뻔한 흐름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대답은 너무 뻔한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가 흔히 지나쳐 버리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는 그림이 그 어떤 영화보다도 예쁘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잘 만든 로코물이다. 이 영화의 메인테마인 How long will I love you를 배경으로 지하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면이나 프로포즈 장면, 말도안되는 폭우 속의 결혼식 장면 같은 경우는 보고 있으면 웃기면서도 행복해지는 전형적인 로멘틱코미디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흔한 로코물 영화의 클라이막스일 것 같은 장면을 지나고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로코가 아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생각은 그 뒤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 영화를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뒤로 갈 수록 영화를 되돌리고 싶고 영화가 끝나면 가슴 한 구석에 되돌리기 싫은 기억으로 남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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