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정리하며…

지금까지 썼던 가장 유익한 웹서비스를 꼽으라면 아마도 페이스북을 꼽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오픈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처음 페이스북에 기웃거린 것은 2008년쯤이었다. 그때까지 페이스북은 외국유학생들만 일부 사용하는 서비스였다. 아직 SNS가 무엇인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기웃거리다 가입까지 해버렸다. 물론 그렇게 가입하고 나서 실제 사용하는데까지는 3년쯤 걸렸던 것 같다. 페이스북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2010년은 되어서였다. 당시까지도 페이스북은 미개척지였다. 그나마 트위터가 입소문을 타고 있던 시점이었으니… 가입부터 운영까지 몽땅 영어로 되어 있어서 한국사람이 가입하기 쉽진 않았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관계가 형성되는 트위터에 비해 페이스북은 학연을 묶어주는 서비스 덕에 나에겐 꽤나 매력적인 서비스였다. 당시에 알 수 도 있는 사람으로 추천되어 올라오는 사람들은 정말 알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친구관계가 뒤죽박죽 되어 친구에 친구까지 찾아주는 지금에는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당시만 해도 알 수도 있는 사람에 올라오는 사람들 찾아서 친구신청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싸이월드와 달리 굳이 그 사람 홈피에 찾아갈 필요도 없었고 트위터와 달리 연예인들의 글들로 도배되지도 않은 나름 정말 소셜네트워크스러운 면이 있었더랬다. 물론 페이스북을 원래 사용하는 용도는 지금이 더 가깝겠다 생각하지만 나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던 이전의 페이스북 환경에 대한 향수가 나름 남아 있다. 요새는 그야말로 너무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쓰다보니 예전같은 폐쇄적인 맛은 없는 듯… 언젠가부터 관계망이 내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확대되어버렸고 유명인들과 기업들의 페이스북 진출이 이뤄지면서 그나마 관리를 하고 있던 나의 타임라인도 점점 어지러워졌다.

한두번 화들짝 놀라는 일들을 겪으면서 그만 접어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오늘 마음을 먹었다. 언제부턴가 사생활 노출이 내가 감당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재미로 하다보니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상의 것들이 자꾸 실수로 노출되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자꾸 내가 보고 싶은 것들만 보게되고 ‘좋아요’하는 것들만 보게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 같아 과감히 접어보기로 했다. 아마도 SNS에서 벗어나는 만큼 나의 사고의 틀은 조금 더 보수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정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페이스북을 하고 나서는 어떤 정보를 검색하면서 직접 찾아다니는 일이 많이 줄었다. 타임라인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데이터의 홍수에 얻어맞다보니 뭔가를 더 찾아다니는 것이 귀찮았나보다. 오히려 그 세계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 보수적인 것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페이스북을 완전히 접지는 못할 것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된 인맥도 꽤 있고 지금껏 쌓아온 이야기들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것도 안한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할 성격이 아닌지라… -_-;; 하지만 극단적인 최소화와 페이지 서비스를 활용해서 최대한 관계는 유지하되 개인적 사용을 멀리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블로그에 쓰는 글들은 블로그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발행될 예정이다. 핸드폰의 페이스북 앱은 삭제할 생각이고 아이패드에서는 사파리로만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실시간 알람은 받지 않을 생각이다.

이런 변덕이 어쩌면 그냥 나의 기변병에서 온 히스테리일지도 모른다. ㅋ 왠지 나는 애플이 빌트인 시킬만큼 어떤 서비스가 대중화 되면 그 서비스에 식상해지는 듯… 얼마 전 트위터 계정도 삭제했고 iOS 6.0에서 페이스북이 빌트인되는 시점엔 페이스북을 정리한다. 그러고보면 블로그를 꾸준히 쓰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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