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상상한 천국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스캇펙이 그려보이는 죽음 이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스캇펙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가졌을 흥미진진한 기대감일 것이다.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라면 이 책은 스캇펙의 책가운데 기독교 출판사를 통해 번역되어 나온 유일한 책이다. (‘거짓의 사람들’ 출간된 곳이 두란노였군요) 그만큼 다른 책들에 비해 신에 관한 언급이라던가 기독교적 상징같은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번역에 대한 염려는 다행히 기우로 그쳤지만 제목의 선정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 나름 책의 의미를 담아내려 노력한 것 같지만… 하긴, 원제인 ‘A Vision of the Afterlife’도 그렇게 마음에 드는 제목은 아니다.

책을 읽기 전에 책 표지 뒷편에 가득 적힌 책에 대한 가지각색의 서평을 본다. 어째 대부분 아마존에 올라온 서평들이다. 유명인사의 추천사도 아니고 독자 서평을 이런 식으로 책에 실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중에는 이 책의 주인공이 예수님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글도 있다. 살짝 어이없음의 미소가 지어진다.

책은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고 상징들도 이해하지 못할만큼 복잡하지도 않다. 물론 영혼이나 육체가 없는 상태에 대한 등장인물끼리의 형이상학적인 대화들이 있긴 하지만 상상하며 읽기에 그렇게 벅차지 않다. 중간에 야한 장면이 하나 나오는데 추천드린다. ㅋㅋㅋ

이 책에서 그는 정통적인 기독교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들을 꽤 많이 한다. 그는 너무나도 확고하게 예수의 부활을 가현설적인 의미에서 설명한다. 뭐 어쩌면 신비주의적인 그의 신앙에서 이것은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영혼에 대한 실험이라는 개념은 스스로도 말하듯이 사람들로 하여금 뜨악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개념이다. 게다가 저자도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가 히틀러같은 악인의 문제를 너무 영혼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도 위험해보이고 그것을 실패한 실험으로 그리는 듯한 인상은 신정론 측면에서도 큰 도발이다.

복음서의 예수가 그려내는 하나님 나라의 전복적인 그림 역시 그에겐 고려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사후세계를 육체성을 제거한 ‘빛나는 공’들의 이야기로 만든 부분은 성경이 말하는 ‘부활’의 가치를 많은 부분 축소시켰다는 느낌이다. 글쎄… 난 그런 천국에는 별로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뭐… 쿨하게 넘겨주자. 이건 신학서적이 아니니까..^^

스캇펙이라는 인물이 가진 풍성함이 편협함을 많은 부분 상쇄시키긴 하지만 그가 말하는 천국은 미국에 사는 심리학자의 머릿속에 있을 것 같은 그런 천국이다. 자기가 그리고 있는 상상 속에서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도 약간은 비호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스캇펙적인 시각에서 읽는다면 이 책은 참 많은 가치들을 담고 있다. 이책은 천국을 설명하는 신학서적도 아니고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그려주는 신기한 하늘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이 이야기는 죽음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캇펙이 그리는 천국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 피로를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며, 어떤 사람은 자기 편견에 갇혀 살고, 다른 이는 자기도 모를 어떤 것을 위해 지옥과 같은 삶을 산다.

스캇펙이 말하는 천국은 지옥이나 연옥과 분리된 공간이 아니다. 그는 지금껏 공간의 개념으로 이해되던 천국과 연옥, 지옥의 문제를 실존적 차원으로 끌고왔다. 그에게 천국과 연옥, 지옥은 서로 혼재되어 있다. 오히려 ‘선택’에 따라 같은 공간이 누군가에겐 천국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겐 연옥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인식에 관한 이야기이며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고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이며 아직도 가야할 그 길은 천국에 가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 있음으로 의미를 갖는 가치이다. 영혼의 성장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에게 그의 천국 이야기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그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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