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떼제 공동체 방문기

일이 끝나고 저녁 여자친구와 함께 버스에 올랐습니다.
한국 떼제에 대해서 접하고 위치를 찾다보니 예전에 제가 살던 집 바로 뒷집이더군요.
어릴 때 그 골목에서 매일 뛰어놀곤 했는데 그런 곳에 떼제 공동체가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덕분에 어린시절 추억을 다시 되짚어볼 수 있었던 기회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위치는 떼제 공동체 사이트에 서울 떼제 공동체 찾아오시는 길에 약도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다음에서 제공하는 스카이뷰와 로드뷰 서비스를 통해 위치를 찾았는데 괜찮더군요.
근처에서 어린 시절 먹던 시장 튀김 집에 들러 오징어 튀김을 먹었습니다.
화곡시장 안에 ‘시장 튀김’이라는 간판(어릴 땐 간판이 없었는데…) 밑에 있는 집인데 오징어 튀김 추천합니다.ㅋ

6시쯤 갔더니 문도  닫혀있고 불도 꺼져있더군요.
연락을 따로 안드리고 갔던 것이라 혹시 모임이 오늘 없나 해서 불안했었는데
6시 20분쯤 갔더니 문은 닫혀 있는데 불은 켜져있더군요.
30분 조금 넘어서 갔더니 문이 열려 있길래 들어갔습니다.
너무 일찍 가지 마시고 시간 맞춰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근처에 앉아있을 데가 따로 없어요.^^;;)

문 옆에 손님방으로 들어갔더니 천주교 신부님과 같이 오신 분까지 두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시골에서 사역하시는 신부님이신데 성도들에게 기도를 가르치고 싶으시다며 안선재 수사님께 와주십사 부탁드리러 오신 것 같았습니다. (한참 두분이 얘기하셔서 멍때리고 있었음..ㅋㅋ)
안선재 수사님은 나중에 찾아보니 영국출신이시라는데 왠지 프랑스 아줌마 같은 분위기셨습니다. ㅋㅋㅋ
가끔 환하게 방긋 웃으시는 모습하며 어깨를 으쓱올리시는 제스쳐까지…^^

그렇게 두분 이야기가 끝나고 몇분이 더 오셔서 7시 쯤 떼제의 노래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기도에 사용될 찬양들을 같이 배우는데 본회퍼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는 찬양도 배웠습니다.
단조톤의 부드럽게 흐르는 곡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날따라 사람이 꽤 많이 오신 것인지 손님방에 자리가 모자라 구석까지 꼭꼭 채워앉았습니다.

한참 노래를 배우고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어두운 조명에 촛불과 성화 십자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떼제는 초교파이면서 동방정교회의 전통을 많은 부분 흡수하고 있었습니다.
성상 같은 것은 찾아보지 못했지만 기도실 앞에 성삼위를 상징하는 그림과 마리아의 성화가 성화십자가와 함께 나란히 놓여져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개신교 신자에게 이런 성화에 대한 이해가 가장 많이 부딫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동방정교회 전통이 상징과 음악적 요소들 그리고 감성적 요소들을 많이 사용하는 전통이기 때문에 아직은 개신교에 많은 부분 소개가 안된 것은 둘째치고 십계명의 해석문제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까지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기도는 짧은 노래의 반복이라는 전형적인 떼제 공동체 방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복음서와 시편이 낭독되는 시간이 있었고 중간중간 찬양으로 화답했습니다.
성경은 아마도 공동번역이나 천주교 새번역을 사용하는 듯 보였습니다. 한번 확인해봐야 할 듯… 시편을 참 시답게 읽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모르는 찬양이었지만 짧고 쉬웠기 때문에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었습니다.

공동기도의 시간도 드려졌습니다. 자유스럽게 기도를 하고 싶은 사람이 간단하게 기도의 내용을 나누는 형식이었습니다.
뭔가 복잡하게 늘어놓지 않고 간단하게 제목들만 나누면 함께 찬양으로 화답했습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의 제목을 이미 알고 계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개신교에선 기도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나열하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공동기도가 끝나고 잠시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기 소개를 하면서 기도를 통해 느낀점을 나누시는 분들도 계셨고 간단히 소개만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우연치 않게 고등학교/대학교를 같이 다닌 후배녀석을 만나서 나름 흠칫 놀랐더랬습니다. ㅋㅋ
가버나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집 터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일상의 소소함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니님에 대해 느끼게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간단히 교제의 시간이 끝난 후에 십자가 앞에서 드리는 기도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커다란 성화십자가가 들어와 가운데 놓이고 주변으로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나와 함께 기도하라”라는 찬양을 함께 부른 후 각자 기도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대충 위에 그림 같은 분위기에서 자유스럽게 기도할 사람은 계속 기도하고 나갈 사람은 조용히 자리를 떠나는 형식이었습니다.
여자친구도 있었고, 아직은 분위기에 완전히 적응되었다고 하기엔 눈치를 살펴야 했던 처지였기에 (그리고 사람이 많아 너무 더웠다는…-_-) 일찌감치 기도실에서 나와 수사님과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음엔 조금 더 머물면서 깊이 기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남은채로 집으로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떼제를 처음 방문하려 했을 때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참 힘들게 살았던 그 동네에 떼제가 있었다는 것에 미리 알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그 곳에 가서 뭔가 새로운 기억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떼제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마음 한구석에 딱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 아물었는데 뭔가 마무리 되지 못했던 공간이 주는 기억의 되새김에서 해방된 것 같은… 저에겐 그런 치유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독교 전통에는 참 많은 수련전통과 기도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런거 뭐 필요있냐 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생각할 때 이런 전통들이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께 향하게 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는 우리가 생각 하는 이상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현대 한국 개신교처럼 상징과 의미를 잃어버린 격식들만 가득한 요즘… 떼제와 같은 상징과 예식의 본질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전통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은 참 복된 일인 것 같습니다. 

2 Comments

  1. 안녕하세요..^^;;
    우연히 떼제에 대해 검색하다가 베땅이님의 블로그까지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종종 화곡동 모임에 가고 있는데.. 반갑습니다..^^

    글을 읽다가 도움이 될까 하여서..
    화곡동 모임 중에 읽혀지는 복음은..
    베네딕도 수도회의 분도출판사에서 발간한 200주년기념 신약성서 입니다..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 번역했던 성서구요.. 신약만 있네요..^^;;
    개인적으론 공동번역이나 새번역보다 이 판본(?)의 표현들을 더 좋아합니다..^^;;

    시편은 최민순 신부님 번역의 시편과 아가 (아마도 성바오로나 바오로 딸 출판사였던 듯..;;)란 책에서 읽혀집니다..
    이 역시 다른 성서 판본들과는 표현에 있어서 조금 다르구요.. 제 개인적으론 더 좋아합니다..^^;;

    도움이 되셨으려나요..^^;;
    그럼.. 안녕히….;;

    1.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가야지 생각만하고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ㅋ
      200주년 성경을 사용하고 있었군요. 저는 공동번역체를 더 선호합니다. 200주년 성경은 뭔가 각단락을 너무 정확하게 끊어놓아서 부자연 스럽다는 느낌도 있구요.(개인적 생각입니다.ㅋ)
      시편은 역시나 찾아봤더니 공동번역이나 새번역은 아니더군요. 문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쨋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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