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학자들에게 드리는 제안

교회를 건축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예배학적 요소들이 중시됩니다. 제가 예전에 있었던 교회는 성가대석을 예배당 뒷편에 두었는데 그 이유는 예배에 있어서 성가대는 빛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소리만 들리게 뒷편에 뒀다더군요. 이렇게 교회 건축에는 작은 것 하나까지 예배학적 고려들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홈페이지는 어떨까요?

저는 교회를 자주 옮겨다니는 형편이다보니 어떤 교회를 가게 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인터넷에 그 교회를 검색해보는 것입니다. 검색해보면 어떤 곳은 잘 정돈된 홈페이지가 뜨는 경우들도 있지만 그냥 카페가 뜨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SNS가 발달하면서 사실상 커뮤니티적인 것은 카페나 게시판에서 싸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옮겨간 것이 사실이지만 그 교회에 대한 전체적인 안내를 위해서는 홈페이지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교회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있어서 예배학적인 혹은 신학적인 고려가 들어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업체에 맡겨서 예쁘게 만드는 것이 주안점이지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회 가운데 하나인 온누리 교회의 홈페이지 메인화면입니다.

주여, 나를 보내소서! | 온누리교회.jpg

온누리 교회와 같은 대형 교회의 홈페이지는 포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메인 화면의 대부분은 성도들에게 알리는 광고와 뉴스등이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들이 중요시 여기는 목회자의 설교보다 더 큰 의미에서 방송 컨텐츠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 교회 중에 하나인 향린교회의 홈페이지입니다.

향린교회-1.jpg

보시다시피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지만 굉장히 복잡합니다. 빽빽히 들어찬 글씨들은 중요성이나 시의성보다는 관리하지 못한 게시판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인에는 사회적 이슈들을 내걸고 있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차이는 그 교회의 신학적 방향성이 반영된 것입니다. 대형교회가 취하고 있는 포털의 포멧은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만큼 이 교회가 성장 지향적인 신학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반대로 향린교회의 홈페이지는 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가치 있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진보 진영의 신학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병무, 성경배움, 사회적 이슈라는 세가지 베너의 구조는 마치 안병무와 성경 배움이 사회적 이슈를 서포트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회 홈페이지만봐도 어느정도 그 교회의 신학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우리나라 인터넷의 전형적인 문제인 비호환성의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직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많은 부분에서 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교회 홈페이지가 그 교회의 신학을 반영한다면 여기에 신학적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마치 예배당을 건축하듯이 물건의 위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상징들을 통해 홈페이지가 그 교회의 신학을 정확히 반영하고 방문자에게 무언가를 경험하게 하는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홈페이지의 메뉴를 가로정렬로 할 것인지 아니면 세로정렬로 할 것인지 같은 문제는 어떨까요? 얼핏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홈페이지를 설계할 때 가장 애매한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로는 안정적이고 세로는 신선합니다. 교회의 권위 문제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요?

홈페이지의 구조 안에서 말씀 항목을 어느정도 위치에 두는지도 좋은 문제입니다. 흔히 우리가 교회에서 사회자석이라고 말하는 강대상은 사실 종교개혁시절 성찬상이었습니다. 중세 로마 가톨릭에서 교회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던 성찬상을 강대상 밑으로 끌어내린 것이 기독교입니다. 성찬보다 말씀이 먼저라는 것이지요. 교회 앞에 십자가를 다는 것도 비슷한 의미입니다. 이런 것이 예배학적 상징입니다.

교회 홈페이지의 카테고리에서 말씀은 어느정도에 있는 것이 좋을까요? 가장 앞에 노출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예배관련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는 것이 좋을까요? 예배와 봉사를 전면에 위치시킨 교회도 있을 것이고 봉사를 교제나 선교 카테고리 속에 포함시킨 교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것이 예배학적으로 혹은 신학적으로 올바른 것일까요? 혹은 그 안에 어떤 의미와 상징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알고 있습니다. 황당한 얘기라는거… 근데, 우리가 오늘날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신학적 분석은 하면서 웹에 대한 신학적 사색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 안해보셨나요? 홈페이지가 갖는 교육적 의미와 상징적 의미를 너무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예배학에 이런 것을 적용하려면 웹도 잘 알아야 하고 소비자 심리학이나 인지 심리학 같은 것도 알아야 할 것이고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공부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 좁은 땅떵어리에 더 이상 교회건물을 지어댈 여력 같은 것은 없어보입니다. 인터넷이 나오면서 한때는 모두가 집에서 인터넷과 TV로 예배드리고 교회에는 안나올꺼라는 말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얘기는 안먹히지요. 하지만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는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예배드리는 시대가 온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예배학을 생각하신다면 혹은 지금 예배학을 하고 계시다면, 아직까지 웹에 대한 신학적 사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시작해보기 좋은 주제가 아닐까요? ^^

그냥… 제안입니다. 해보시라구요.

밑에는 대표적인 이머징 처치 가운데 하나인 마스힐 처치와 모범적 교회로 꼽히는 세이비어 교회, 그리고 성공 신학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수정교회의 홈페이지입니다. 참고 삼아 비교해 보시면 재미있습니다. 물론 내부까지 살펴보면 또 다른 차이들이 있겠지요?

Mars Hill Church.jpg

Church of the Saviour Home.jpg

Crystal Cathedral Ministries _ Welcome-1.jpg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Content Protected Using Blog Protector By: Pc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