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의 기억

Web Albums App Upload - 11. 8. 3. 오전 1:25:12 늘 그렇듯 뜬금없는 옛날 생각에 주저리… 그땐 뭔가 다르게 살 것이라 생각했다. 어른들은 우리를 보며 새로운 종류의 인류라고 말했다. 기성세대들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세대, 그냥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의 발전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인류의 탄생… 언론은 그들을 X세대라고 불렀다.

뭐 나도 나름 X세대에 속한 사람으로 서태지의 데뷔무대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고 그 파급 효과의 중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병헌과 김원준이 나와서 두 손으로 X를 그리던 화장품 선전도 기억한다. 그땐… 뭔가 다를거라 생각했다.

지금 우리네 X세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학도 안 간 서태지가 나와서 ‘교실이데아’를 부를 때만해도 정말 대학에 안가도 인정받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서태지가 틀렸다. 학력고사를 벗어나 수능으로 접어들던 당시, X세대는 다른 세대들과 다를 것 없는 입시 지옥에서 대학을 목표로 살아야만 했다. 끊임없이 남이 바꾸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 바꾸라며 “됐어”를 외쳤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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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추구하며 살 것 같았던 신인류는 IMF의 한파 속에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휴학을 해야 했다. 대학이라는 시스템은 불필요해지기는 커녕 이젠 대학원은 나와야 분식집정도 차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 더 많은 채무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고 그걸 이행하지 않아서 대학생들이 나서서 정부와 싸워야만 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 X세대는 살고 있다.

오늘날 X세대는 살인적인 실업난 속에서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40대가 다 되도록 결혼도 뒷전이 되어버린, 그 어떤 세대보다 먹고 살기 힘든 세대가 되어버렸다. 문득 이집트의 어느 피라미드에 써 있다는 글귀가 스친다. “요즘 젊은 것들은 너무 버르장머리가 없어” 역시 X세대 어쩌구하는 드립은 그냥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낯설음이었을까?

근데 여기까지 쓰다보니 뭔가 짜증난다. IMF를 내가 만든건 아니지 않나? 적어도 난 이명박에게 한표를 주진 않았다. 그냥 지금 이 모습이 우리네 전부라고 말하기엔 뭔가 억울하다.

어쩌면 X세대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그 때처럼, 그냥 머리에 빨간 물 들이고 바지 질질 끌고 다니는 버릇없는 젊은 세대를 구분하고 개념화할 어떤 것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Web Albums App Upload - 11. 8. 3. 오전 2:08:39 하지만 그 빨간 머리가 세기말을 지나며 다시 검은 머리가 됐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며 방황하던 청춘들이 힘들었던 20대를 지나며 고졸 촌뜨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30대… 이제 그들은 불통의 시대에 새로운 소통을 만들며 오늘을 산다. 그리고 그들이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었을 때 조금은 더 좋은 세상이 되어있지 않을까? 내가 “됐어”라고 거부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어떤 후배가 나에게 그랬다. “세상 참 힘들게 사시네요.” 세상이 정해놓은대로 살기 싫어하는 나를 향해 한심한 듯, 애처로운 듯 하는 소리다. 글을 쓰다보니 우리 세대가 참 힘들게 세상을 살아온 것 같다. 전쟁을 겪었던 우리 아버지 세대나 민주화의 물결 속에 있었던 386세대의 그것과는 다른 무엇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세상이 만들어 놓은 학위를 받기 위해 공부하고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직 내가 이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한 신인류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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