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의 ‘나가수’ 예찬론

Web Albums App Upload - 11. 6. 18. 오후 2:15:25

여자친구와 함께 ‘나가수’를 보다보면 ‘나가수’를 통해서 나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말을 가끔 듣게 된다. 둘다 집에 TV가 없다보니 일요일 저녁이면 아이패드에 ‘나가수’를 다운 받아서 함께 보곤 한다. 아마도 그때마다 내가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 노래는 어떤 노래고, 어떤 가수가 어떻게 불렀었고, 어떤 부분이 소름끼치게 멋진 노래인지… 그리고 방송을 다 보고 나면 유투브에서 원곡과 같은 가수의 다른 명곡들을 줄줄이 찾아서 들려준다. 

‘나가수’를 함께 보면서 내 기억 속의 이야기를 많이하다보니 여자친구 입장에선 다섯살 정도의 나이 차이에서 오는 미세한 간극들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내가 ‘나가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처럼 20세기의 향수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들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Web Albums App Upload - 11. 6. 17. 오전 10:36:19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 들어선지 10년이나 지났지만 8090세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락음악의 전성기를 살짝 지나서 트로트와 발라드가 혼재되어 있고 서태지의 등장과 함께 몰아치기 시작한 댄스음악까지 뒤섞여 있던 가요시대를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 어쩌면 요즘처럼 아이돌 위주의 음악과 반복적인 리듬의 후크송은 듣는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지쳐있던 나에게 ‘나가수’는 단비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이들은 서바이벌 시스템을 ‘나가수’의 매력으로 꼽고 어떤 이들은 TV에서 보기 힘든 가수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매력으로 꼽지만 나에게 ‘나가수’가 전해준 색다른 경험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것이었다.

이문세쇼부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kbs의 금요일밤 음악프로계보를 따라가며 시청해 온 열혈시청자인 나의 음악 취향은 비주류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소비시장에서 소위 ‘잘 팔리는 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취향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홍대의 인디음악이나 재즈음악엔 쉽사리 구매 버튼에 손이 가지 않는 나의 취향은 확실히 20세기 취향이다.

그런 나에게 요즘 신촌 거리는 그야말로 신세계다. 신촌 거리를 돌아다보면 한집걸러 하나씩 ‘나가수’에 출현 중인 가수들의 노래가 나온다. 김연우의 노래가 나오는 화장품 가게를 지나면 임재범의 노래가 흐르는 핸드폰 가게가 있고 그 길을 돌아서면 박정현과 김범수의 노래가 길거리를 메운다. 단순히 ‘나가수’에서 부른 노래만이 아니라 예전에 불렀던 노래들까지 거리를 메우고 있다. 요즘 내 귀는  호강 중이다.

물론 ‘나가수’를 향한 비판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의 음악 취향을 가창력이라고 정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프로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뭐… 어느정도 동의한다. 흔히 ‘나가수급’이라는 말처럼 거기에 출연하는 가수가 다른 가수들과 비교해도 정말 잘 부르는 것으로 분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어떤 기준이 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떤 인터뷰에서 신승훈의 말처럼 가창력엔 기준이 없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가 ‘나가수’로 인해 행복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듣고 나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떤 가정에선 아버지 세대에 부르던 ‘빈잔’이라는 남진의 노래를 아들과 함께 듣거나 적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지 모른다. 이번 주에 윤도현 밴드가 불렀던 ‘새벽기차’라는 노래는 정말이지 처음 듣는 노래였다. 하지만 덕분에 누군가와 이 노래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억 하나가 생겼다.

내가 느끼는 ‘나가수’의 진짜 매력은 함께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많아진다는 것, 좋은 노래를 세대를 넘어서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되게 한다는 것, 21세기를 살아가는 20세기 사람들에게 행복했고 때로는 애절했던 20세기의 기억을 되살려 준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노래가 좋게 들리기 위해 좋은 가수는 필수 요소다. 그럼 의미에서 임재범이나 박정현, 김연우, 김범수, 이소라 같은 좋은 가수가 재발견 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나가수’의 진짜 주인공은 좋은 가수보다는 좋은 노래였으면 좋겠다. 

몇일 째 입애서 떠나지 않는 ‘사랑했지만’을 부르다가… 문득 써봅니다. 20세기 소년 소녀 화이팅 !!! ㅋㅋㅋ

김광석님 곡으로 올릴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김경호의 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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